[안녕, 2024] 반가워, 돌아온 멸종위기종
또 한 해가 갑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를 여러분은 어떻게 기억하고 마무리할 계획인가요? 멸종·기후위기 시선으로 보아도 2024년은 얘깃거리가 정말 풍부합니다. 사라졌다 극적으로 돌아온 동·식물이 여럿 눈에 띄었고 기자가 두 눈으로 직접 본 멸종위기종도 많았죠.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날씨는 어느 해보다 심하게 널뛰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졌던 전 세계 곳곳의 흥미로운 뉴스, 기후·생태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의미 있는 소식도 많았습니다. <뉴스펭귄>은 여러 위협에 놓인 야생동물을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해 연말 봉사활동도 다녀왔습니다. 멸종·기후위기 시선으로 돌아보는 올해의 마무리 뉴스를 7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올해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과 식물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거나 자신들의 집인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멸종위기종의 반가운 귀환 소식을 살펴볼까요?
75년 만에 깜짝 등장한 뿔호반새
뿔호반새가 사라진지 75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1월 26일 지리산 자락 강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새는 1949년 공식 채집 기록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던 종이다.
본지는 당시 뿔호반새를 발견한 수달친구들 대표 최상두 씨가 수달의 모습을 촬영하려다 신기한 외투 깃을 가진 새의 모습을 보고 기록에 남긴 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 박진영 박사에게 동정을 의뢰해 뿔호반새임을 확인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목격된 뿔호반새는 목과 가슴 쪽에 옅은 적갈색 무늬가 있는 수컷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관찰 기록이 없는 뿔호반새는 현재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텃새다. 몸길이 약 38cm의 대형 물총새로 배는 희고 등은 검정 바탕에 흰 점이 찍혀 있고 머리에 비슷한 색깔의 깃이 자라 있다.
보통 수심이 얕고 물이 흐르는 산간 계곡이나 호숫가에 서식하며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다. 경계심이 강해 접근이 어렵다. 뿔호반새가 발견된 지리산 자락의 하천 역시 모래와 바위가 많고 수심이 얕으며 인간의 간섭이 비교적 적은 환경이라진다.
사라진 먹황새 56년 만에 우리 땅으로
1968년 경북 안동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한국에서 자취를 감춘 먹황새가 56년 만에 다시 우리 땅에 둥지를 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먹황새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다.
먹황새는 검은색 몸통에 부리와 다리가 선홍색인 것이 특징이다. 과거 안동의 바위 절벽에서 번식하던 먹황새는 암반 노후화로 둥지를 소실하거나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사라졌다.
국립생태원은 복원 사업을 위해 지난 10일 일본 타마동물원에서 먹황새 6마리를 데려왔다. 수컷 2마리, 암컷 4마리다. 먹황새는 과거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사냥하며 생태적 조절자 역할을 해왔다.
국립생태원은 내년에 추가로 해외에서 개체를 이송해 자연적응훈련과 서식지 복원을 마무리한 후 이르면 2028년 먹황새를 시험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요, 참매
올해 8월 영양실조와 탈진으로 안양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종 참매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치료와 재활 훈련을 마친 뒤다.
참매는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멸종위기종이다. 이번에 자연으로 귀환한 참매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참매는 몸길이 50~56cm, 날개를 편 길이는 최대 130cm의 중형 맹금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사냥용 매로 활용됐다. 꿩, 비둘기, 오리처럼 날아다니는 조류를 추적해 잡아먹고 토끼, 청설모, 다람쥐 같은 작은 포유류도 먹이로 삼는다. 겨울철에는 산림, 야산 인근 농경지나 하천변 등지에서 관찰되고 큰 나무가 많고 수관층이 거의 닫힌 우거진 산림에서 번식한다.
참매의 개체수가 줄어든 건 각종 개발로 산림과 농경지가 감소하면서 서식처가 훼손되고 먹이 자원이 줄어서다. 서해 도서 지역 개발로 해안 생태계 변화 등도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집으로 헤엄쳐 간 바다거북
올해 여름 바다거북 9마리가 자신들의 집인 바다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28일 바다에서 구조해 치료하거나 인공 부화한 개체 등 총 9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다. 이 가운데 5마리는 해수부가 지원하는 인공증식 사업으로 탄생했다. 방류 개체에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위성추적장치(GPS)와 개체인식표가 부착됐다.
바다거북을 방류한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 해수욕장은 바다거북의 산란이 자주 관찰된 곳이다. 주변 해역에 어업용 그물이 적어 방류 이후 사고 위험이 적고, 주 서식지인 태평양으로의 이동이 쉬워 어린 거북의 자연 방류에 적합한 곳으로 평가된다.
KBS뉴스가 11월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부터 제주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만 120마리가 넘는다. 몇몇 바다거북은 자망 그물이 입 주위, 목, 지느러미 할 것 없이 붙어 상처를 낸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실제로 120마리가 넘는 바다거북 가운데 30여 마리의 몸에서 폐어구가 발견될 만큼 피해 실태가 심각하다.
바다거북은 모든 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돼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붉은박쥐가 나타났다!
올해는 ‘황금박쥐’로 불리는 멸종위기종 붉은박쥐가 바다 한복판과 굴에서 잇달아 발견됐다. 지난 8월 인천 연평도 인근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발견됐을 때는 조타실 창틀에 매달린 모습이었다.
붉은박쥐는 몸길이 4~6cm로 진한 주황색 몸통에 검은색 날개가 특징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포유동물 1호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보호 중이다.
지난 11월에는 제주도 김녕굴에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잠을 자는 모습이었다. 황금박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번식을 준비하는데 대사 효율을 위해 생리적 기능이 멈추는 때라 부상 위험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황금박쥐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북도 북부 지역, 제주도에서 약 500개체가 서식한다. 환경오염과 개발에 따른 산림파괴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놓였다.
30년 만에 등장한 백두산 호랑이
최근 중국 지린성 백두산에서 30년 만에 야생 호랑이가 나타나 화제가 됐다. 지난 5일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백두산 자연보호구 직원들이 서쪽 관광도로 인근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를 발견해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관리소 직원들은 호랑이가 나타나기 일주일 전 같은 지역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해당 호랑이는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로 중국 동북지역과 백두산 등지에 서식한다고 알려진다. 중국 당국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서식지가 기존의 동북중국호랑이표범국립공원에서 서쪽으로 2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호랑이 서식지가 확장됐다고 추정했다.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호랑이의 귀환은 최근 몇 년 동안 지린의 자연림에서 사냥과 상업적 벌목을 금지하고 생태적 보존 노력을 강화한 결과다.
국가임업초원청이 4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호랑이표범공원에서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 수는 약 70마리다. 2017년 국가공원 시범 단계 때보다 개체수가 2배 증가한 것이다.
57년 만에 고향 땅 밟은 서울개발나물
서울개발나물이 올해 고향인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1902년 서울 청량리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에 ‘서울’이 붙게 되었다. 민가 근처의 습지나 숲을 좋아한다.
1960년대까지 노원구, 구로구 등 서울의 다양한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도시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수가 감소했다. 이후 1967년 서울 구로구 습지에서 채집된 걸 마지막으로 44년간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멸종된 줄 알았던 이 식물이 다시 발견된 건 2011년 경남 양산시 낙동강 배후습지에서다. 발견 당시 자생지도 개간과 풀베기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식물팀이 경남 서식지에서 종자를 채취해 복원했다.
올해 5월 종자를 받아서 키운 약 100개체를 서울식물원 인공습지 주변에 이식하면서 57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1000년 전 멸종된 나무가 돌아오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멸종된 나무를 1000년 전 씨앗으로 다시 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NN은 지난 10월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다사 대학교 의료센터 연구팀이 1000년 전 씨앗으로 멸종된 나무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라 샬론 박사 연구팀은 9월 10일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생물학 저널’에 ‘셰바(Sheba)’라는 나무가 약 3m 높이로 자랐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유대 사막 인근 지역에서 자생한 멸종된 종이자 성경에 나오는 약용 식물 추출물 츠리(tsori)의 원료가 되는 나무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1980년대 유대 사막의 동굴에서 발견된 1000년 전 고대 씨앗을 12년 전 심었다. 씨앗을 심고 5주 뒤 싹이 텄다.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법을 통해 서기 993년에서 1202년 사이 존재했던 나무의 씨앗인 것으로 확인했다.
런던 큐 왕립 식물원의 종자·스트레스 생물학 수석 연구 리더 루이스 콜빌 박사는 “불과 한 번의 싹 틔울 기회를 가진 단 하나의 씨앗을 나무로 기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