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식탁] 멸종위기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 밥상'의 원칙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멸종위기종을 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야생동물의 위기가 기후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를 선택해 식탁을 차릴지 결정하는 일은 지구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국제기구와 전문가들도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환경 실천으로 식습관 변화를 꼽는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말이다. 19세기 당시 프랑스가 계급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의 원뜻은 먹는 음식이 곧 신분이나 계급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먹는 음식이 내외부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 말은 현대에서도 유효하다.
음식이 비추는 것은 투명하다. 음식에는 재료가 길러진 과정, 포장형태, 유통방식, 요리과정, 버려지는 모습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무엇을 먹는지에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동물권, 생물다양성과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요즘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도시개발이나 에너지 사용으로 자연이 파괴되는 것못지 않게 육류 중심의 식습관, 먹다 남긴 음식으로 발생하는 문제 등이 내일의 날씨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식습관으로 채식이 주목받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의철 박사는 저서 ‘기후미식’에서 우리가 자연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동으로 자연식물식으로의 식습관 변화를 꼽았다. 기후미식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책에 따르면 식단 전환의 첫 번째는 육식 덜하기다. 축산업은 온실가스부터 환경파괴, 동물권 침해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사료 문제가 있다. 고기 1톤을 생산하려면 약 6톤의 사료가 필요하다. 이미 전 세계 생산 곡물의 3분의 1이 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사료를 재배할 땅과 목초지 마련을 위해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우림이 불태워지면서 숲이 사막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도 심각하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소형차 1대가 1년간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높은 온실효과를 낸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이유로 UN은 기후변화보고서에서 “육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식물성 식품 섭취를 확대하면 기후변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환경평가원도 “전 세계가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예상되는 기후 비용의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동 거리가 적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재료를 선택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식탁을 차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의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8억 명이 굶주리고 매일 10억 끼 분량의 음식물이 폐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굶어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농산물의 20%에 해당하는 양이 그냥 버려지고 있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 달러 규모에 이른다.
단순히 버려진다는 사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 묻혀 썩는데 이 과정에서 땅을 오염시키고 열을 가두는 메탄을 내뿜어 지구를 끓게 한다. 무심코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먹는 일은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 같지만 사회와 환경과 연결돼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개인의 건강이 동물과 지구의 건강과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 고리를 생각하면 식탁에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식탁은 위기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마지막 12회차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한가운데에서 다시 차리는 지속가능한 식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