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바다 밑에는 물리학의 한계 넘는 천재가 산다

2024-12-14     이한 기자

[뉴스펭귄 이한 기자]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일부 어류는 유체역학에 통달했다. 수중 환경의 여러 힘을 자유자재로 부리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하며 수영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바다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바다의 천재들(빌 프랑수아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바다는 물이다. 물 분자는 공기 분자보다 가볍다. 이런 가운데 수중 환경에서는 여러 가지 물리적 힘과 현상이 작용한다. 바다 동물은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바다에서는 땅에서 받는 중력의 효과 보다는 다른 힘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압력, 해류, 소용돌이, 삼투압 균형 등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육지에서 사는 인간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바다 동물들은 큰 고래든 작은 새우든 이런 끊임 없는 도전을 헤쳐 나가며 산다.

바다 밑에서는 빛이 매우 소중하다. 빛은 물 분자에 흡수되기 때문에 더 깊이 내려갈수록 빛은 점점 더 희미해진다. 수심 5m에서는 빨간색 빛이 사라지고 햇빛의 입자(광자) 중 수심 1000m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는 건 없다.

빛은 에너지와 의사소통의 원천이어서 바다 동물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래서 바다 동물들은 스스로 빛을 만드는 법 뿐만 아니라 빛을 길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기술 중 일부는 인간 공학자들의 기술을 뛰어넘는 광학 기술 수준이다. 바닷속에서는 투명망토나 3D 안경, 불꽃놀이와 비슷한 현상도 일어난다.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보고 이해한다. 그런데 바다 동물들 사이에서는 보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많다. 눈도 두 눈뿐만 아니라 홑눈과 겹눈, 다중 눈, 때로는 세 번째 눈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시각은 바다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이 아니며 그들은 음파와 기계적 파동, 전자기파를 비롯한 다양한 물리적 현상을 광범위하게 느낀다.

지구에는 땅과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두 세계 사이의 경계인 바다 표면에 들러붙어 살아가는 종도 많다. 한쪽에서는 어떤 종들이 수면 위를 뛰어다니고 반대쪽에서는 박쥐처럼 수면에 거꾸로 매달려 살아간다. 풍선 표면처럼 팽팽한 바다 표면은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이자 가장 덜 알려진 생태계 중 하나다.

이런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바다의 천재들>(해나무)을 읽어보자. 수상 생물에 매료된 생물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참고로 하나 더 덧붙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쌓아올린 주 재료가 무엇인지 아는가? 지금도 따뜻한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 유공충의 화석, 화폐석이다. 이 이야기도 책에 있다. 

'찬란한 멸종' 저자이자 유튜브 등에서 멸종, 과학 관련 강의로 유명한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이 책에 대해 "바닷속에서 생물들과 함께 헤엄치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풍성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