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바다로 향하길"...거북 장례 치러준 시민들 '뭉클'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경북 포항시 방석2리 주민들이 해변에 떠밀려온 붉은바다거북 장례를 치러준 일이 SNS에서 화제다. 특히 '다시 바다로 향하라'는 의미로 머리를 바다 쪽을 향해 묻고, 돌을 골라낸 뒤 고운 흙을 덮어주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감동했다.
포항 북구 송라면 방석2리 독석마을에 사는 황성진 씨는 지난 1일 청간니개 해변에 떠밀려온 붉은바다거북 사체를 모래에 묻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황 씨에 따르면 이러한 바다거북 장례는 예로부터 동네에서 해오던 관습이다. 현재 이 영상은 조회수 135만회와 '좋아요' 표시 8600개를 돌파했다.
지난 10월 25일 청간니개 해변에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붉은바다거북 성체 수컷의 사체임을 확인했으나 외관상 불법 포획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부패가 심하고 사체 상태가 좋지 않아 폐기물로 분류하고 송라면사무소에 인계했다.
평소 경북해양환경해설사로 활동하는 방석2리 주민 황성진 씨는 이 소식을 듣고 폐기될 뻔한 붉은바다거북 사체를 모래에 매장해주기로 했다. 황 씨가 바다거북 장례를 결정한 이유는 옛날부터 4~5년에 한 번씩 거북 사체가 밀려오면 동네 어른들이 해변에서 장례를 치러주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다거북을 영물로 여겼는데, 특히 해안에 좌초된 바다거북을 다시 바다로 풀어주고 사망했을 땐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다.
황 씨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동네 어른들에게 연락했더니 직접 묻겠다고 하셔서 여럿이 모여 바다거북을 해변 모래에 매장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한 주민은 해변 모래를 깊이 판 뒤 붉은바다거북을 묻고, 굵은 돌을 골라내 부드러운 모래로 덮어줬다. 이때 거북의 머리는 바다 쪽을 향했는데 황 씨는 "머리를 바다 쪽으로 둬야 영혼이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죽어서도 바다로 향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머리를 바다 쪽으로 두고 매장했다는 부분에서 눈물이 난다", "죽은 거북을 묻는 풍습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고 반응했다.
한편, 붉은바다거북을 포함해 우리나라 해역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5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보호와 관심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