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요약] 잊지 말아야 할 11월의 멸종뉴스
11월에는 어떤 멸종뉴스가 있었을까요?
<뉴펭요약>에서 정리해드립니다
➡ 흰배중부리도요가 공식적으로 멸종 선언되었습니다
➡ 백령도와 창원에 귀한 황새들이 나타났습니다
➡ 7년 만에 황금박쥐가 등장했습니다
➡ 멸종위기종 밀반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 설악산의 소나무 48%가 말라 죽을 위기입니다
굿바이, 흰배중부리도요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 직전 단계였던 ‘흰배중부리도요(Numenius tenuirostris)’가 사실상 멸종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난 17일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BP)는 1995년 모로코에서 공식적으로 관찰된 것이 마지막인 흰배중부리도요가 멸종됐다고 선언했습니다. 흰배중부리도요의 멸종 가능성은 96%로 평가됐는데요. 국제조류과학저널(IBI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의 멸종 원인은 습지 파괴, 오염, 사냥, 번식지와 월동지의 생태적 변화입니다.
흰배중부리도요는 시베리아 습지에서 번식하고 지중해와 중동 지역에서 겨울을 나던 철새였습니다. 시베리아에서는 농업을 위한 습지 배수가, 지중해 지역에서는 해안 습지 파편화와 오염이 살아가는 데 위협으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월동지였던 예멘과 메소포타미아 습지의 생태계가 전쟁으로 파괴된 것도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도요새과의 철새들도 비슷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지는데요. IUC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4종의 새가 멸종했습니다. 서식지 파괴와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100마리가 넘는 황새라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를 비롯해 백령도 화동습지와 주변논경지 일대에 나타났습니다. 지난 12일 창원에서 10마리가 목격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백령도 일대에서는 12일부터 일주일간 104마리가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복원 중인 황새가 한 지역에서만 100마리 넘게 확인된 건 처음이었거든요. 전문가들은 황새 무리가 중국이나 국내 월동지로 이동하던 중 백령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했어요.
황새는 한국과 중국 남쪽의 보양호 등 대규모 월동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러시아의 아무르강 유역, 중국 북동부의 산지앙 평원과 같은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봄과 여름철을 보냅니다. 물가에 살며 개구리나 미꾸라지, 뱀, 곤충 등을 먹는다고 해요.
1900년대 초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에 넓게 살았던 황새는 1970년대 이후 한국, 일본, 중국에서 번식 개체군이 크게 줄더니 국내에선 1994년 멸종됐던 종이에요. 남획, 서식지 감소, 농약으로 인한 먹이자원 감소 등이 원인이었어요. 이후 황새복원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황새 무리에도 복원된 개체와 야생종이 함께 섞여 있었다고 해요. 황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에서 다양한 보호 활동을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금박쥐의 재등장
제주도 김녕굴에서 황금박쥐(붉은박쥐)가 7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11일 김녕굴에서 겨울잠을 자는 붉은박쥐 한 마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이 박쥐가 등장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서식지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우리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붉은박쥐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국가유산청 지정 천연기념물입니다. 몸길이는 4~6cm로 작고 진한 주황색 몸통이 특징이라 ‘황금박쥐’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번식 준비를 하는데 이때 대사 효율을 위해 생리적 기능이 멈춰 부상 위험이 가장 크다고 해요.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황금박쥐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북도 북부 지역, 제주도에서 약 500개체가 서식합니다.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건 산림파괴와 동굴 입구 폐쇄 등으로 겨울잠을 잘 장소가 부족해서요.
멸종위기종 밀반입 제발 그만!
11월에도 해외 각국에서 멸종위기 생물을 몰래 가져오다 적발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개미, 지네, 도마뱀, 고래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몸속에 숨기거나 지인을 운반책으로 활용하는 등 밀반입 수법도 더 교묘해졌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페루 리마 호르헤차베스 국제공항에서 20대 한국인 A씨가 멸종위기종인 타란툴라 320마리, 지네 110마리, 총알개미 9마리를 몸에 숨겨 출국하려다 적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통에 야생동물을 담아 벨트형 가방으로 위장했지만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적발됐어요.
14일 인천공항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외래생물 밀수 특별단속’을 실시해 밀수 일당 14명을 검거하기도 했어요. 속옷과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외래생물 1865마리를 숨겨서 밀수하던 일당이 붙잡힌 건데요. 압수한 외래생물에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인 코모도왕도마뱀을 포함해 에메랄드트리보아, 거북, 전갈 등이 있었어요. 그 중 살아있는 개체는 국립생태원과 협력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요.
연말연시가 되면 희귀 야생동물이 높은 가격에 거래돼 밀수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국제 멸종위기종 등 외래생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습니다.
기후 스트레스에 소나무 너마저
기후 스트레스로 우리나라 소나무가 집단으로 말라 죽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설악산 소나무 절반가량이 고사 위기라는데요. 국립공원공단이 지난 20일 발표한 ‘국립공원 소나무 고사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태백산 480개체, 설악산 41개체, 소백산 34개체, 오대산 11개체, 치악산 4개체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악산과 태백산 일부에서는 집단 고사 현상도 확인됐어요.
해발고도와 위치 저수 등 변수를 분석한 결과 설악산의 경우 전체 소나무숲의 47.8%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런 소나무가 치악산은 40.2%, 태백산은 38.5%, 소백산은 23.5%, 오대산은 2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진은 “수분 스트레스가 소나무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말했어요. 소나무숲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36.9%를 차지하고 있어서 소나무가 사라진다면 생태계 전반과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