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간식 꼼꼼히 검사하는 채식 레스토랑...그 이유는?
풀무원푸드앤컬처 운영 '플랜튜드' 임소현 헤드셰프 인터뷰 “중요한 건 메뉴 밸런스...식감과 색감에 재미 있어야” “채식은 단순한 대안식 아니라 새로운 미식 경험”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삼성 코엑스와 용산 아이파크몰에 각각 위치한 플랜튜드 1, 2호점이 다른 레스토랑과 다른 점은 직원들의 모든 간식을 하나하나 면밀히 체크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플랜튜드는 국내 최초로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을 받은 곳이다. 주방에서 철저하게 동물성 재료를 제외하는 것은 물론, 동물성 식재료의 유입과 교차오염 방지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100% 식물성 메뉴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에 직원들의 작은 개인 간식은 작은 틈을 만들 수 있다.
이 엄격한 기준에는 플랜튜드 론칭 단계에서부터 메뉴 기획과 개발을 전담해온 임소현 헤드셰프의 경험이 녹아 있다. 그는 100% 식물성 식재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풀무원의 푸드 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는 2022년 5월 강남 코엑스에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 1호점을 오픈하고 지난해 3월 2호점으로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문을 열었다.
플랜튜드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국내 최초로 모든 메뉴의 비건 인증 절차를 마친 식당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정작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비건 요리 전문점이라는 인상을 두드러지게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메뉴들이 일반식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 채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바랐던 임 셰프의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플랜튜드 임소현 헤드셰프를 풀무원 용산점에서 직접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Q. 플랜튜드 론칭 단계에서부터 메뉴 기획과 개발 등을 전담했다. 처음부터 놓치지 않기 위해 주안점을 둔 것은.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동물복지, 환경을 챙기는 기업이다. 그런 면에서 플랜튜드와 가치는 가까웠으나 현실적으로 풀무원 외식사업에서 완전 비건 레스토랑은 처음이었다. 플렉시테리언도 아니고 페스코나 오보도 아니고, 100% 비건 음식을 하려다 보니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다. 당시 메뉴나 레스토랑에 비건 인증을 하는 기관도 없었는데 비건표준인증원과 꾸준히 소통하며 준비했다.
Q. 레스토랑의 모든 메뉴에 대해서 비건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주방 조리환경까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이다 보니 준비과정에서 놓쳤다가 알게 된 사실도 있을 것 같다.
식물성 메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동물성 재료만 제외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성 식재의 유입과 교차오염 방지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플랜튜드의 모든 메뉴는 식물성 인증을 받은 재료로만 조리되며 교차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입 직원들이 개인 간식으로 가져온 젤리, 카라멜, 초콜릿 등에 젤라틴이나 우유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적인 간식이지만 매장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오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모든 간식까지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이는 단지 규정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100% 식물성 메뉴를 제공하고자 하는 우리의 약속이자 철학이다.
Q. 2년 반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메뉴를 구성하거나 개편해왔다. 이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오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중요시하는 건 메뉴의 밸런스다.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채소로만 한 플레이트를 구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고객들이 한 그릇을 비우면서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재료로 식감과 색감을 내려고 신경 쓴다. 이를테면 면 요리의 경우 면은 부드럽지만 토핑은 아삭하거나 바삭하게 해서 재미 요소를 곁들인다. 맛에서도 적절한 염과 당의 균형이 중요하다.
Q. 메뉴에서 대체육의 비중이 높진 않은 것 같다. 원재료에 집중하려는 메뉴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플랜튜드 오픈 당시에도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는 ‘소이불고기덮밥’ 한 가지였다. 현재 풀무원 자사에서 두부를 사용한 간편식과 다양한 형태의 대체육이 많이 출시돼 오픈 때보다는 대체육을 재료로 사용한 부분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대체육을 메인 재료로 두지 않고 소량 사용하고 있다. 채소 원재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맛과 식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Q. 대체육은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면에서 친환경적이다. 그런데 최근 콩고기와 같은 식물성 대체육이 초가공식품으로 몸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맛을 더하기 위해서 화학적인 소스 등을 첨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일부 연구에서 특정 대체육 제품이 지나치게 가공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풀무원은 바른먹거리 원칙을 준수하며 고객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체육이 단순히 고기의 대안이 되는 것을 넘어 건강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플랜튜드 메뉴들은 복잡한 화학 첨가물이나 지나치게 가공된 재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재료 본연의 식감과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한다. 대체육 사용은 일부 메뉴로 한정 운영하고 식물성 원재료로 구성한 메뉴가 중심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채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당근이어도 흰색이 있고 아스파라거스도 그렇다.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색과 맛이 다르다면 활용해보는 것이다.
Q. 플랜튜드에서 풀무원 식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풀무원에서 나오는 다양한 식물성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뉴 전반에서 사용되는 두부는 풀무원 제품을 기본으로 하고, 토마토소스와 라구소스에도 풀무원의 식물성 대체육이 포함된다. 떡볶이의 떡, 사이드메뉴인 만두 역시 풀무원의 식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별히 비율을 따지기보다는 새롭게 출시되는 풀무원의 식물성 제품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Q. 풀무원 하면 친환경, 동물복지, 바른 먹거리와 같은 단어가 자연스레 따라온다. 플랜튜드 역시 큰 맥을 함께할 텐데 초반의 목표와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하는지.
풀무원은 ‘바른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 미션을 새롭게 공표하고 지속가능식품 사업 기반의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속가능식품을 ‘식물성 지향 식품’과 ‘동물복지 식품’ 두 개 카테고리로 정의하고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플랜튜드 역시 풀무원의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한 비건 레스토랑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초반부터 설정한 목표였다. 건강한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해 자연 본연의 맛을 살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메뉴를 개발해왔다. 그런 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일단 비건 외식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이로써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2005년 풀무원푸드앤컬처(前ECMD)에 입사해 이태리 요리 전문 쉐프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 어디에서 요리를 배웠고 어떠한 경력을 가지고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하다.
중학생 때부터 꿈이 바뀐 적이 없다. 조리과를 나와서 20살이 되면서 호텔관광조리학교를 다녔다. 풀무원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브루스케타’에서 요리 인생을 시작하며 정통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기본기를 쌓았다. 특히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며 식전빵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를 핸드메이드로 직접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이 경험을 통해 파스타와 리조또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깊이 있게 배우며 현재도 파스타 메뉴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Q. 현재 당신의 요리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교육이나 기업, 책, 사람이 있다면.
단연 풀무원이다. 23살 새내기 요리사였던 내게 풀무원은 단순한 회사 그 이상이었다. 바른먹거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회사의 철학은 내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풀무원은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회사였고, 한계 없이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건강하고 정직한 재료는 내 요리 인생의 초석이 되었다. 지금도 이곳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풀무원이 제공한 자유로운 창의성의 무대와 바른먹거리에 대한 진정성 덕분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풀며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Q. 레시피에서 동물성 재료를 통으로 덜어내고 식물성 원료의 맛을 살린 요리를 하면서 예상치 않았는데 어렵게 다가왔거나 반대로 예상치 않았는데 의외로 맛 포인트를 찾아낸 지점은?
완전한 식물성 메뉴 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트러플 감태 떡볶이’는 잊을 수 없는 도전이었다. 처음 개발 단계에서 식물성 크림을 사용한 레시피를 완성했을 때, 동물성 성분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미미하게나마 우유 성분이 포함된 식물성 크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처음부터 크림 베이스를 만들어야 했다.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완성한 것이 바로 마카다미아 밀크였다. 마카다미아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크림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고 진정한 식물성 레시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Q.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두부가 미션 재료로 나왔다. 그때 플랜튜드의 두부 티라미수가 생각났다. 발상의 전환을 깨는 메뉴 구상이나 비틀어보고 싶어서 주목하고 있는 식재료, 최근 관심 있는 친환경 요리법이나 친환경 키워드가 있나?
요즘 가장 욕심이 나는 메뉴군은 면류다. 다음 여름철에 맞춰 더 건강하고 맛있는 식물성 면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 고기 육수가 없는 냉면, 가쓰오부시를 사용하지 않는 냉모밀을 완성하고 싶다. 육수는 면 요리의 핵심이자 깊은 감칠맛을 결정짓는 요소다. 하지만 동물성 재료 없이도 충분히 깊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신선한 해조류나 발효 식품, 버섯 등의 감칠맛을 충분히 활용해 새로운 방식의 육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이 도전이 성공한다면 플랜튜드의 독창적인 식물성 여름 메뉴로 고객들에게 신선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Q. 식당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많은 방법이 있다. 주방 구성부터 재료 선정까지 플랜튜드가 탄소 저감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운영 방법은?
플랜튜드의 모든 메뉴는 100% 비건 인증을 받은 메뉴다.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육류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매장 내 인테리어도 친환경 자재와 리사이클링 가구 등을 사용해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을 적용해 직접 재배된 신선한 재료를 일부 메뉴에 사용하는 등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스마트팜 이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탄소저감 효과가 큰가?
보다시피 매장 내 스마트팜의 규모는 무척 작다. 자라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똑같은 재료가 메뉴에 하나 정도 올라가는 정도다. 전 메뉴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탄소저감을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에 플랜튜드 3호점 오픈을 준비 중인데 그곳에서는 생화를 더 사용하려고 한다.
Q. 앞으로 채식에 어떻게 접근하고 싶나?
채식은 여전히 제한된 선택지, 심심한 맛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채식은 단순한 대안식이 아니라 새로운 미식 경험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채식에 대해 더 넓고 열린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채식이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로 자리 잡도록 지역 특산물과 제철 재료를 사용해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채식이 단순히 ‘고기를 뺀 식사’가 아니라 새로운 재료와 조합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요리의 한 분야임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채식의 미래는 맛, 다양성, 그리고 문화적 연결성을 통해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Q. 임소현 셰프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식사란 무엇인가?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식사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플랜튜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며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Q. 당신의 요리 인생 시작점과 끝점에 각각 단어를 하나씩 둔다면?
시작은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풀무원에는 2005년 입사했다. 중간에 유학을 가거나 개인 유명 셰프 아래에서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기업에 소속된 게 성향에 잘 맞았다. 그 안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나이가 어렸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그래서 26살에 매니저가 됐다. 편한 일은 아니었다. 위험한 환경에서 여러 명 일하는 주방에서는 합이 정말 중요하다. 게다가 음식은 어떤 기분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원들이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에는 나 같은 후배를 키우고 싶다. 음식을 사랑하고, 사람을 존중하며,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후배. 그래서 좋은 선배이고 싶다. 요즘을 개인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기술적으로 일해야 하는 분야는 차근차근 배워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든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가치소비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비건, 못난이 농산물, 제로푸드웨이스트와 같은 환경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친환경 원료를 발견하고 개발하고 활용하며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비즈니스 피플과 실무자들을 만났다.
두 번째는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하는 100% 식물성 식재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플랜튜드’의 임소현 헤드셰프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