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간·동물 선순환해야...휴먼 리사이클링 중요”

농심 운영 ‘포리스트 키친’ 윤강산 헤드셰프 인터뷰 기존 코스에서 단품으로 메뉴 구성 바꿔 “음식은 맛있어야 지속가능...채소로 소통하는 요리 만들 것”

2024-11-08     곽은영 기자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가치소비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비건, 못난이 농산물, 제로푸드웨이스트와 같은 환경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친환경 원료를 발견하고 개발하고 활용하며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비즈니스 피플과 실무자들을 만났다.

첫 번째는 농심에서 운영하는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강산 헤드셰프다. [편집자주]

잠실에 위치한 친환경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의 윤강산 헤드셰프.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셰프라는 직업과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다양한 요리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셰프는 주방과 홀의 공기를 바꿀 만큼 레스토랑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잠실에 위치한 포리스트 키친도 윤강산 헤드셰프가 지난해 10월 합류하면서 기존의 콘셉트가 미묘하게 변했다. 윤 셰프는 미쉐린 3스타 고든 램지의 첼시 레스토랑을 비롯해 월드클래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포리스트 키친은 오픈 때부터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비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식품회사인 농심이 비건 푸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알려지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이 증폭됐다. 

윤 셰프가 진두지휘한 지 1년. 포리스트 키친은 오픈 때부터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여온 런치와 디너 코스 요리 대신 다양한 단품으로 메뉴 구성을 바꿨다. 대중에게 더 친근해진 모습의 포리스트 키친을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선 ‘자연의 편안함을 닮은 친환경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묘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주도한 윤강산 헤드셰프를 포리스트 키친에서 만났다. 다음은 윤 셰프와 나눈 일문일답.

윤강산 셰프는 미쉐린 3스타 고든 램지의 첼시 레스토랑을 비롯해 월드클래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Q. 윤강산 셰프 합류 후 포리스트 키친의 메뉴가 코스에서 단품으로 바뀌었다.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메뉴 구성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올해 9월 10일부터 코스 대신 단품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코스 요리도 가격대가 높은 건 아니었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느낌이 있었다.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채식의 대중화라는 목적을 조금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접근성을 낮춰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시즌에는 단품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포리스트 키친은 수익보다는 농심이라는 기업의 ESG 경영을 더 알리자는 취지가 강한 사업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 좋은 쪽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Q. 포리스트 키친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파인다이닝 비건 레스토랑이다. 비건 단품 메뉴를 구성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초창기 콘셉트가 그랬다면 내가 레스토랑을 맡으면서 좀 많이 변했다. 프리미엄도 하이엔드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업의 목적은 손님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데 있다.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와 수셰프가 남양주에 농장을 따로 구해 운영하며 농부님들을 만나고 농장에서 직접 키운 식재료를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제공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농장은 약 8평 규모로 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주 1~2회 재료를 가져온다. 최근에는 방울토마토와 깻잎을 가져왔다. 무조건 비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직접 키운 것을 우리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볼 수 있게 해야 진정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취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농장은 올해까지가 계약이다. 우리가 기술자나 농부가 아니기 때문에 겨울에는 오히려 작물을 더 상하게 할 것 같아서 한 계절은 쉬고 날이 따뜻해질 때 다른 농장으로 조금 더 키워볼 계획이다. 농부님은 계속 접촉하며 한국적인 식재료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낫또 포케에 올라가는 낫또도 일본산이 아닌 한국산 대두를 사용한 것인데, 일본에서 오래 살다 오신 분이 만들었다. 그런 식재료를 우리 플레이트를 통해 표현하는 것까지 하고 있다. 파인다이닝이 콘셉트일 때는 레스토랑에 20명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방문객 수가 늘었다. 평일인 오늘 오전에만 해도 60~70명이 방문했다. 

포리스트 키친은 윤강산 셰프 합류 이후 메뉴가 코스에서 단품으로 바뀌었다.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Q. 포리스트 키친 메뉴에서 대체육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스테이크 메뉴 등에 사용한 것 같은데 최근에는 제철 채소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육도 좋은 상품이다. 그런데 대체육이 비건에게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나도 만두를 만들 때 쓴 적이 있지만 ‘대체’라는 말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재료 본연의 느낌에 집중해 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대체크림’은 완화된 느낌이 있어서 농심 계열사 가운데 ESG 경영을 위해서 비건 식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 농심태경에 손님들에게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을 요청해 협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쉽게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완성된 제품을 가져다 놓기보다 채소의 숨겨진 맛을 연구해서 특이하게 다가가자고 생각했다. 대체육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보다 우리 농산물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어서 변화를 줬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육을 아예 쓰지 않을 거라는 건 아니다. 더 좋은 메뉴로 만들어서 향후 활용할 수도 있다. 

Q. 최근 콩고기와 같은 식물성 대체육이 초가공식품으로 몸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을 고기 식감으로 바꾸기 위해 복잡하게 가공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 맛을 더하기 위해서 화학적인 소스나 영양분을 첨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화학적인 요소가 더해진 식품을 섭취하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로 안다. 채소로 만든 고기는 영양소를 응집시킨 것이다. 그 응집된 대체식품을 1일 권장 칼로리나 단백질 이상으로 과하게 섭취하게 되면서 그런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파인 다이닝 요리사들은 대체로 비슷한 얘기를 할 것 같은데, 대체로 먹을 거면 왜 먹는 거냐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나오지 않아서 대변할 수 있는 식재료면 모르겠지만 원재료를 먹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관점이다.  

농부가 있어야 요리사가 재료를 수급할 수 있고 좋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윤강산 셰프.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Q. 지역 농가와 협력해 제철 채소를 엄선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며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주류도 안동맥주, 순천맥주 등 우리나라 지역색을 살린 제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이용한다는 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면에서도 친환경적인 접근인데 그런 부분도 계산이 된 것인가. 

무조건 포함하고 있다. 잠실 포리스트 키친을 찾는 고객의 60%가 외국인이다. 무조건 맛있는 음식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식재료를 알리기 좋은 환경이다. 이건 농심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한 건데, 농부가 있어야 요리사가 재료를 수급할 수 있고 좋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농부들이 감소하고 있는데 작은 영향력이겠지만 그분들이 수익을 창출해서 농업이 유지가 되고 지속가능한 휴먼 리사이클링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Q. 농심에 오기 직전에는 비건&글루텐프리 음식점 ‘음(uuum) 이터리&베이커리’에서 일했다. 지속해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건강한 미식’을 지향해온 것 같다. 자연, 건강, 환경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요리 방향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수업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졌다. 얕은 지식이지만 한국이 환경에 무관심한 이유는 원자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너지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렇게 덥지 않았다. 20년 전 뉴스를 검색해보니 여름에 고온이 28도로 측정됐었다. 지금은 선선하다고 생각하는 기온이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분명 문제가 있는데 왜 아무도 직시를 안 하고 있을까?

밖을 보면 건물이 더 보이는 세상이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람이 살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도 계속 개발을 한다. 이건 비유하자면 지구가 선크림을 바르고 자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닦아주는 사람은 없는데 선크림만 주기적으로 바르게 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채소 소비가 많아지면 더 푸른 세상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요리니까, 나는 채소로 요리를 맛있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채식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Q. 유럽에서 학교에 다녔고 영국에서 요리를 배웠다. 랩14라는 호주 연구소에서는 곤충 같은 대체식품을 연구하기도 했다. 현재의 요리 스타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거나 식재료에 대한 생각을 깬 계기가 된 교육이나 기업, 사람이 있다면?

샘표다. 샘표에서 우리맛 연구팀 인턴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2014~2015년 한국에 들어왔다. 6개월 인턴직이었고 내가 2기였다. 우리맛 연구팀에서는 재료를 자르는 방법이나 조리 방법별로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다. 세계 최초로 요리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법을 도입한 요리과학 연구기관인 스페인의 ‘알리시아’ 연구소처럼 기업에서 재료를 분석한 것이다. 당시 초창기라 데이터가 거의 없어서 많은 식재료를 접할 수 있었다. 과거 스승님이나 셰프들이 정확한 근거보다 경험에 기반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재료의 디테일을 연구하는 데 참여한 것이 내게 참 좋은 경험이었다.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구체화 되면 모든 사람이 요리를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끝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채소를 연구하는 것이다. 재료의 숨겨진 맛을 찾고 싶다. 예를 들어서 브로콜리를 사람들이 데쳐서만 먹는데, 토치로 구우면 해산물 맛이 난다. 채소는 대체로 독성 때문에 한 번 데쳐서 먹는데 이건 식물균을 제거하면 된다는 의미라 고온을 쓰면 된다. 그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리스트 키친에는 일회용품이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스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고 앞치마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Q. 포리스트 키친은 2022년 5월 문을 열어 2년 6개월째 운영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초창기 ‘채식의 대중화’라는 농심의 목표에 는 얼마나 도달했다고 보나. 

가치를 두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농심의 지원 덕분에 그동안 좋은 상을 많이 받았다. 블루리본도 2개나 받고, 2024 서울미식주간 서울미식100선 채식 부문에도 선정됐다. 다만 아직 포리스트 키친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농심에서 하는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아, 거기! 채식 레스토랑!’, 더 나아가서 ‘아,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는 데까지 도달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Q. 식품기업이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장단점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점은 지원이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이런 레스토랑을 차린다면 재료는 물론, 친환경 대리석과 같은 인테리어와 소품까지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아름답고 멋있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과 5만 5000원, 7만 7000원이라는 코스 가격도 기업의 지원 없이는 나올 수 없었다. 농심이 좋은 ESG 경영을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아낌없이 하라고 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좋은 기회를 줬고 지금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이라고 하면 다소 제약은 있다는 것이다. 기업으로서 농부님께 다가가면 방어적인 태세로 변한다. 대개 수익을 내서 좋다는 분보다 농사가 좋아서 하는 분들을 접촉하는데 대기업에서 한다고 하면 공급량을 못 맞출까봐 주저한다. 아무래도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까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잘 이야기가 되어 현재 브리암 농장 등과 연결돼 표고버섯 액젓, 바질오일, 바질액젓 등 농부님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 장점이 더 크다. 농심이라는 회사의 가치가 있으니 외부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농심에 입사한 계기도 대기업이라서라기보다 ‘농부를 위한 마음’이라는 사명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처럼 농심은 ‘농부의 마음’을 뜻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진리를 따르는 정직한 사람을 지향한다는 것이 기업의 방향이다.

Q.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가스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주방에서 하는 노력들을 더 얘기해달라. 

일단 매장에는 일회용품이 없고 재료는 최대한 친환경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료 공부도 많이 한다. 탄소배출뿐만 아니라 환경에 좋은 채소와 안 좋은 채소는 무엇인지, 리사이클링이 잘 되는 채소는 어떤 것인지, 못난이 채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예를 들면 원래 아보카도는 환경에 안 좋은 식재료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데 못 생겨서 버려지는 아보카도는 수급해서 소스로 사용한다. 버려지는 것보다는 사용되는 것이 환경에 나은 거니까. 최근에는 앞치마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바꾸는 등 주방에서 탄소배출을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고소한 들기름과 애호박 페이스트로 감칠맛을 낸 '애호박 파스타'와 완두콩과 병아리콩을 섞어서 만든 후무스 위에 튀긴 아스파라거스를 올려 식감을 더한 '그린 후무스'.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Q. 채식을 지향하고 있나.

노력은 하는데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밸런스에 맞는 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주의다. 동물 중에 문제가 되는 건 소니까 조금 적게 먹어보자, 이로운 소비를 해보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고기 소비는 많이 안 하려고 하고 있다. 환경에 도움을 주는 동물들은 뭐가 있을까 고민한다. 채소만 먹는다고 환경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리사이클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리스트 키친에서 채소 요리만 파는 이유는 ‘무조건 채식하세요’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밖에서 충분히 고기를 많이 먹으니까 여기서는 맛있는 채소를 건강하게 드시라는 것이다. 

Q. 최근 주목하는 친환경 요리법이나 관심 있는 환경 키워드가 있나? 

논문이나 뉴스 보는 걸 좋아하는데 최근 북극곰 관련 통계를 봤다. 과거에는 북극곰이 집을 잃어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광고가 많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북극곰 개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생태계가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구나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비건 요리를 만드는 이유는 환경적인 이유가 가장 큰데 그건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생태계 변화에 관심이 많다. 

요리법은 발효에 늘 관심이 많았다. 장기간 보관을 가능하게 해주고 맛도 변화시켜준다. 여러 재료로 테스트를 해보는데, 최근에는 샐러리 같은 줄기인 르바브로 김치를 담가 보고 멜론으로 장아찌를 만들어봤다. 발효를 하면 다른 향, 다른 감칠맛이 발생한다. 발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5~6년 됐다. 김치명인 박광희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댁에 가서 5년 된 두릅장아찌를 구워 먹었다. 내가 아는 두릅 맛이 아니었다. ‘채소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야? 이것만 평생 먹을 수 있으면 고기 안 먹어도 돼’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때부터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Q. 윤강산 셰프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식사란 무엇인가?

일단 맛있어야 한다. 맛이 없으면 거기서 끝나는 거라 지속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고객-농부-요리사’ 구조의 휴먼 리사이클링이다. 이걸 옛날부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나는 ‘사람은 V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V는 백신이 되는 것이어야지, 바이러스가 되는 V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100마리를 모아 놓고 환경을 고쳐줘라고 하면 못 한다. 그런데 인간은 100명 모아 놓고 하면 할 수 있다. 어쨌든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Q. 당신의 요리 시작점과 끝점에 단어를 하나씩 둔다면. 

처음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 건 17살, 팬을 잡은 건 18살이다. 유학 중 학비를 벌려고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가난으로 시작했고, 끝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마지막은 사람이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잘 협업할 수 있는 사회로 가면 좋지 않을까. 내가 일반적인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다른 건 요리에 미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레스토랑은 재미있게 요리한다. 생선 같았는데 수박이었네? 이런 식이다. 채소로 소통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