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시골살이 현실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희망을 곁들인...

2024-11-04     이동재 기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일터에서 유별난 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모욕적 언사를 견뎌내고, 유니폼을 벗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의 일터에서 진상 고객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풍자한 코미디를 본 적이 있다.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이런 비정상적이고도 일상적인 갈등을 이야기할 때 그저 개인의 인성에 화살을 돌리기 꺼려지는 이유는 모두의 어깨 위에 지어진 생존이라는 무거운 짐과, 그저 삶을 연명할 정도의 소득을 위해 생명을 바치도록 내몰리는 현실이 자꾸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간혹 최후까지 상냥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공장식 양계장처럼 비좁으면서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도시는 누군가의 마음을 돌아보고 친절을 베풀 여유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이미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지하철 차량에 몸을 욱여넣기 위해 어쩔 도리 없이 처음 보는 누군가의 등을 밀면서 도시에서의 탈출을 간절히 떠올리거나 귀농이나 귀촌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해본 경험은 분명 소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에 대한 도시인의 로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과 소박한 식사, 큰 탈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 비현실적 판타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겠지, 분명 불편한 것들이 많겠지' 하고 넘겨짚을 뿐, 진지하게 농촌의 현실을 살펴보려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는 대안으로서의 시골살이를 이야기한다. 생산과 소비가 서로에 대한 착취로 이어지는 구조적이고 고착적인 문제의 현장에서 벗어나 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이때 시골은 도시에서 실패한 이들이 도피하는 장소가 아니다. 자본주의와 대도시를 떠받치는 부품으로 소비되길 거부하고 원하는 삶의 모습을 선택하고 실현해나가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장소다.

저자는 단지 시골살이의 불편함을 일러주는 것을 넘어, 도시 집중적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착취 당하는 변두리로서의 농촌의 현실과, 개인을 고립시키는 시골의 구조적 문제, 농촌에서 실종된 민주주의와 배제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농촌에 살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교통, 주택, 일자리 문제를 통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이동권과 주거권, 경제권을 의제에 올린다.

다양한 사회운동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저자는 시골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헤칠 뿐 아니라 이를 해체하고 새활용(업사이클링)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에게 민주주의는 시시콜콜하고 개인적인 영역에서부터 좋은 일상과 좋은 삶을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저자가 시골살이를 통해 꿈꾸는, 말하자면 누구나 삶을 쏟아붓지 않고도 살 곳을 얻을 수 있으며, 필요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자동차가 없이도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어린이와 여자, 장애인 나아가 자연과 동식물들까지, 어느 누구도 배제되거나 희생되지 않는 그런 좋은 삶과 일상을 함께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