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식탁 ④] 채식주의자가 지구를 구한다?
채식지향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습관적으로 먹는 음식에 따라서 지구 가열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 최근들어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농장 동물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정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채식 지향을 선택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파리기후협약 임계점인 섭씨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유한 국가에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배경에도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이 있다.
같은 해 3월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플로리다 대학, 환경보호기금 연구팀이 육류와 유제품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내용이 실렸다.
연구팀은 식량 생산 방식과 고소득 국가에서 육류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꿔야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식탁에 차리는 음식과 식량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육식은 도대체 지구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해 농장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대기·토양·물과 관련한 다양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연구 내용에 따르면 소와 양처럼 음식을 되새김하는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양의 33%에 이른다. 특히 소나 양처럼 몸집이 커질수록 소화과정에서 방귀나 트림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 양은 더 많아진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는 더 높다고 알려진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소형차 한 대가 일 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거의 같다. 축산업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과 같은 교통수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온실가스 데이터 분석 단체의 카본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60kg의 탄소가 발생한다. 같은 양에 두부는 3k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20배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물을 키울 목초지를 마련하고 사료를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산림이 파괴되는 이유의 90%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고기 1톤에 필요한 사료는 평균 6톤으로 전 세계 생산 곡물의 30%가량이 육류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필요한 물의 양만 1만 5000리터에 달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토마토 1kg을 수확하는 데 322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을 비교하면 채식과 육식 사이에 발생하는 물 사용량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육류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차치하더라도 고기를 얻기 위해 농장 동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캠페인이 유행하는 등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관련 산업군도 커지는 추세다. 폴 매카트니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은 일찌감치 기후변화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낮추려면 육류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라고 공식적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4회차에서는 채식지향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