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목물떼새·원앙 사는 탄천에서 카약 체험 괜찮을까?

2024-10-11     이수연 기자
성남을 흐르는 탄천 전경. (사진 성남시)/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성남시가 12일 탄천 일부 수심을 조정해 카약을 띄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반환경적 행사"라고 비판했다. 

성남시는 최근 5일부터 13일까지 '2024 성남 페스티벌'을 열고 그중 12일부터 이틀간 카약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카약을 띄우려면 일정 높이 이상의 수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탄천은 카약 체험을 할 정도로 수위가 높지 않다. 이에 성남시는 탄천 일부 구간에 가동보를 작동시켜 물길을 막고 수심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자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탄천이 흰목물떼새와 원앙, 수달 등의 서식지여서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성남환경연합은 10일 논평을 내고 "자연 흐름을 방해하는 반환경적 행사를 시민들에게 즐기라고 강요하며 자연을 도구화하는 전시성 이벤트"라고 주장하며 비판했다. 

이들은 "탄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목물떼새와 천연기념물 원앙, 수달이 서식한다"며  "탄천은 유원지가 아닌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이자 홍수와 폭염을 완화하는 생태계 서비스 공간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수심 조절이 흰목물떼새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한 전문가는 탄천에 서식하는 흰목물떼새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

야생조류 전문가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지금은 수위가 높아져도 둥지가 잠기거나 새끼가 죽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시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탄천에서 조류 모니터링을 이어온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는 "번식기인 4~6월이면 큰 문제가 생기겠지만 지금은 치명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탄천에서 지속적인 준설공사로 흰목물떼새를 방치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물길을 잠시 가둘 뿐이어서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성남문화재단 축제기획부 관계자는 "물길을 계속 막는 것이 아니라 잠깐 가두는 것"이라며 "양수기를 설치해 위로는 물이 흐르게 할 예정"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한편, 성남시는 탄천의 연결성 확보를 강조해온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성남시는 "1998년 수질 측정 이후 탄천의 수질이 처음으로 1급수를 기록했다"며 "탄천 백현보 철거를 마무리하고, 수생태계 연속성을 확보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2023년 성남시는 탄천의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능을 상실한 농업용 보 15개 중 4개를 철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