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짓는 비버가 홍수 피해 키운 범인이라고?

2024-10-03     이한 기자

[뉴스펭귄 이한 기자] 최근 이례적 폭우로 큰 타격을 받은 폴란드에서 총리가 홍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비버를 지목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버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버는 나뭇가지 등으로 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폴란드에서 총리가 홍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비버를 지목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최근 홍수위기 대응팀 회의에서 댐과 제방의 안전이 비버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연합뉴스를 통해 국내에도 보도됐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때로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도시의 안전 및 제방의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버로부터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지난 9월 중동부 유럽에 내린 폭우로 인명피해와 재산손해 등이 발생한 가운데 나왔다. 폴란드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물가에 사는 포유류인 비버는 나뭇가지 등으로 보금자리인 댐을 만드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유럽 전역에는 비버 약 12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일부 연구자들은 비버가 만드는 댐이 강둑을 훼손하고, 비버가 굴을 파면서 제방을 약화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한편에서는 비버를 사냥하면 자연 유지력감소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 생물학자이자 비버 전문가인 안제이 체흐는 해당 발언에 대해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버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버 전문가인 생태학자 게르하르트 슈바프도 "비버는 이점이 많다"며 폴란드가 댐을 보호하기 위해 비버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비버는 생태계 핵심종 중 하나로 꼽힌다. 행동이나 습성 등 여러 방법으로 먹이사슬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종이라는 뜻이다.

비버는 서식지를 만들 때 댐을 만드는 습성으로 다양한 생물종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이들은 나뭇가지, 진흙 등을 활용해 서식지에 댐을 만든다. 댐은 강의 흐름을 늦춰 다양한 생물들이 물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도록 돕는다. 그리고 짓는 과정에서 습지가 생기는데 수많은 종이 이 습지에서 삶의 터전을 꾸린다.

비버는 과거 모피와 고기 때문에 사냥감이 되면서 멸종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적극적인 보호 활동 등을 통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최소관심 등급까지 개체수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