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축구장 10개 숲 사라지는데...어디서, 왜 없어질까?
[뉴스펭귄 이한 기자] 지난 30년 사이 우리나라 산림 면적 변화와 정규화식생지수 변화를 지자체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국내 자연이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손실되고 보전됐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생물다양성 개선과 기후위기 대응의 해법으로 삼자는 취지다.
한국의 자연보전 법정계획에는 자연손실에 대한 평가가 빠져있다. 생물종 몇 종이 발견되었는지에 대한 현황은 있지만, 생물다양성을 가장 위협하는 서식지 손실과 훼손 요인에 대해서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에서 자연이 사라지고 있는지, 혹은 늘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진단이 빠져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풀씨행동연구소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0년간 한국의 산림 면적변화와 정규화식생지수 변화를 지자체별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30년 동안 한국의 산림면적은 서울 면적의 1.24배만큼 줄어들었고 식생의 질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간 산림면적이 줄어든 곳은 공주시, 제주시, 청주시, 부여군, 서귀포시 순으로 주로 충청남도와 제주도에서 산림 손실이 발생했다. 반대로 산림면적이 늘어난 곳은 의성군, 파주시, 안동시, 해남군, 고흥군 순이었다.
자연손실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토지이용변화(Land Use Change)가 생물다양성 손실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고 이른바 ‘더많은자연(Nature Positive)’을 달성하려면 공간계획을 통한 토지이용관리가 중요하다.
보호구역을 지정해 자연의 손실을 막고, 훼손지를 복원해 손실된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자연자산 중에서도 양적·질적으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림의 보전이 특히 중요한 과제다. 다양한 이유로 산림은 훼손되어 건물, 도로 등으로 토지이용이 변화되었다. 하지만 토지이용변화 자료는 연구나 지표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시계열 및 지역별 현황을 일관되게 파악하기 어렵다.
풀씨행동연구소는 이에 GIS를 활용해 지역별 토지이용변화 특성을 진단했다. GIS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지리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으로 한국어로는 지리 정보 체계라고 한다.
"지금은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생태위기"
연구에 참여한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자연손실 변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게 기후위기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래는 캠페이너와 나눈 문답
자연손실 변화를 분석하는 것은 큰 틀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자연과 관련된 법정계획에서 중요한 건 ‘정확하고 구체적인 진단’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체적으로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고 알맞은 처방과 치료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자연이 손실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있어요. 하지만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나빠졌는지, 그리고 왜 나빠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이 부족했죠. 이런 부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국가생물다양성 정책의 기본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산림 면적이 줄고 식생 질이 개선됐다고 하던데 이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쉽게 얘기하면 남한에서 매일 축구장 10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숲이 사라진다면 아마존이나 열대우림만 생각해요.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별로 나눠서 보면 산림면적이 줄어든 곳도 있고 늘어난 곳도 있는데, 수도권 개발 파급효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나 제주도가 산림이 많이 사라졌어요.
산림이 줄어든다면 사람들은 '건설이나 개발' 같은 일을 떠올리는데 어떤 것들이 영향을 줬다고 보나요
자연파괴라면 흔히 숲이 우거진 산지를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에서 도시나 산업단지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훼손되는 양이 많았어요. 경기 남부와 충청남·북도에 영향을 주는 손실이 많더군요.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어떤 환경영향평가들이 진행됐는지 찾아봤어요. 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그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그랬더니 2000년대에 환경영향평가가 많이 이뤄졌고 사업종류별로 보면 도로건설이 많더군요. 그런 것들이 폭넓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추정합니다.
생태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자연만 보호하자고 말하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연이 잘 보전되는 지역을 지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연이 보존되면서 누릴 수 있는 생태계 서비스는 국민이 같이 누리잖아요. 그에 따른 국가적인 인센티브 등도 고민해야 할 시기에요. 해외 학자의 유명한 발언이 있습니다. ‘브라질 산림을 지키고 싶으면 브라질에 돈을 내라’는 얘기인데요. 브라질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어서 숲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그 지역을 개발해야 국민들이 먹고 살기 때문이죠.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숲이 소중하니까 지켜야 한다고만 주장하면 그건 지켜질 수 없잖아요. 한국 사례에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중에서 자연을 잘 보존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고려한다든지 그런 다양한 정책이 필요해요. 그런 정책을 위해서는 적절하고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하고요.
'더 많은 자연'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존에는 자연을 보전하는 것에 대한 이해당사자가 나무와 새들과 물고기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와는 달라지는 추세 같아요. 앞서 얘기한 해당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좋고,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도 계속 논의해야죠. 자연자원과 관련된 공시제도가 구체화되고 또 본격화되는 추세거든요. 생물다양성 위기감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런 여러 가지를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구 내용이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몇 년도까지 몇 퍼센트를 보호구역으로 만들자 이런 계획이나 한두사람의 맨파워가 아니라 지역사회 이해관계 등을 잘 따져 과학적으로 정리하고 사회에서의 넓은 합의를 중시해야 합니다. 산림이 훼손되는 지역의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산림면적이 늘면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에 기여하는 지자체에는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서둘러 할 일은 뭔가요
생물다양성은 사람의 건강 문제와 비교할 수 있어요. 건강한 상태여야 뼈가 부러지거나 감기 걸려도 빠르게 회복하는 것처럼 생물다양성 회복력을 평소에 관리해야 기후변화에도 잘 대처할 수 있어요.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 속의 도롱뇽 같은 생물을 지키는 일만 생물다양성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들도 그 먹이사슬 안에서 영향을 받거든요.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생태위기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