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사건사고] 천산갑은 왜 인간 곁으로 왔을까?
[뉴스펭귄 이한 기자] 올 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마스크와 손소독티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자가진단키트 품귀현상을 빚었다. 정부는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환자가 중증도에 따라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대응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시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하던 2020년, 당시 일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중간숙주로 ‘천산갑’을 지목했다. 반면 또 다른 과학자들은 천산갑이 아닌 다른 동물을 지목하며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지적도 일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코로나19의 원인이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잘 살아왔는데, 사람들이 그곳을 망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견해다.
국내 예술계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있었다, 2020년 당시 기후와 환경, 그리고 동물 관련 문제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동물들이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이동시 김한민 작가는 천산갑으로 분해 "과학자들은 우리가 코로나를 옮겼다며 중간 숙주라고 말하지만 우리 천산갑이야말로 진짜 피해자"라고 말했다. 천산갑이 인간 곁으로 온 건 천산갑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인간에 의해서였을까.
야행성 포유동물 천산갑이 포획되는 이유
2019년 4월, 싱가포르에서 희귀동물 천산갑 14톤이 베트남으로 밀수하는 도중 적발됐다. 당시 CNN과 국내 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당국이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선박에서 14톤 무게의 천산갑을 발견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산갑은 ‘냉동 쇠고기’라고 표시된 12.2m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루 230개에 나눠 담겨 있었다. 시가로 환산하면 387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42억원) 규모다. 당시 뉴시스는 “14t 무게는 아프리카 코끼리 2~3마리 또는 중형 자동차 8대 무게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분량”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케라틴 단백질이 풍부한 천산갑의 비늘이 모유 수유를 돕고 천식이나 암을 치료하는데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전통 의술에 주로 사용돼 왔다. 다만 외신 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천산갑은 개미나 흰개미를 먹고 사는 고양이 크기의 야행성 포유동물로 인간에 의해 가장 많이 포획되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중간숙주로 천산갑이 수차례 지목되면서 공식 약재 목록에서 천산갑 성분을 삭제하는 등 거래와 소비를 금지했지만 밀매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2019년 2월에는 홍콩에서 800만 달러 분량의 천산갑과 상아 2.1톤 밀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8월에는 태국 천연자원범죄수사과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보호국 공동대응팀이 육로를 통해 라오스로 반출될 예정이었던 140만 달러 규모의 천산갑 비늘 1.4톤을 압수했다.
말레이천산갑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단계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세상에는 멸종위기 동식물이나 야생생물을 둘러싼 여러 사건·사고가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거나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위협당하는 일이 여전히 많고 ‘돈이 된다’는 이유로 사기꾼의 거짓말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흔들었던 멸종위기종 관련 사건과 사고를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야행성 포유동물 천산갑을 둘러싼 과거 사건들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