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태계 핵심종은 뭔가요?" 물어봤더니...
[뉴스펭귄 신동현 기자] 생물다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생태계를 지탱하는 데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식물이 있다. 역할이 크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핵심종'이다. 이 종들은 먹이사슬 구조나 생태 '균형'측면에서 다른 종에 비해 주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는 현재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 분야에 대한 더 깊은 논의를 위해 심층적인 모니터링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핵심종은 쉽게 말하면 '행동이나 습성 등을 통해 생물의 다양성을 보장해 생태계를 지탱하는 종'이다. 생물은 누구나 생태계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평가받는 종이다.
동식물 생태계 연구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는 종이 조금 더 비중 있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 핵심종의 3가지 역할
핵심종은 다양한 방법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장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외신은 이들의 역할을 크게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다. 포식자와 생태계 공학자, 그리고 서식지 제공자다.
하나씩 살펴보자. 외신 등에 따르면 포식자는 다른 종을 잡아먹고 개체수를 조절하여 다양성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늑대 같은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을 잡아먹는다. 이를 통해 다른 동물이 의존하는 식물종이 초식동물에 의해 사라지는걸 방지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동물들이 자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외신은 생태계 공학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들은 서식지를 만들거나 혹은 파괴하는 행동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준다. 비버는 댐을 만들어 물길을 막거나 습지를 형성해 다른 동물이 살아남도록 한다. 코끼리는 비버와 달리 주변을 파괴한다. 큰 덩치로 이동하면서 울창한 수풀 지대를 헤쳐 나가거나 먹어 치워 없앤다. 이를 통해 작은 동물들의 서식처를 만들 공간을 마련하거나 이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준다.
산호나 맹그로브 나무와 같은 식물들은 서식지 제공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다른 동물에게 보금자리와 피난처를 제공해 다양한 종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다.
◇ 한국에는 어떤 핵심종 있을까?
핵심종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국 생태계에서 이를 콕 짚어 말하는 건 쉽지 않다.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고, 바로 연구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고 해도 특정 지역에서 어떤 한 종이 사라지기 전과 후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 한 전문가는 “예를 들어 수달이 없어져 생태계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파악하려면 수달이 사라지기 전과 후의 차이를 비교하는 자료가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한계로 현재까지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핵심종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국내 생태계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전문가는 "현재 한국 생태계가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멸종한 종도 있고 과거와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생태환경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 건 아니고, 핵심종 연구를 다른 연구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전문가는 “몇몇 종이 사라졌고 생태계가 변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생태계, 나아가 사람에게 큰 위협을 끼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로 국내 호랑이, 표범 등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멧돼지, 고라니 등의 개체수가 증가해 국내 환경에 변화가 생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없다고 한국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기에 연구 우선 순위에서 밀린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핵심종 연구 늘리기 위해 필요한 2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종 지정 연구가 진행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생태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또 다른 전문가는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심층적인 생태계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시민과의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특정 지역, 구역에 사는 특정 종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해당 종이 없어졌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단기적이고 전국 단위의 넓은 범위의 생태계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며 "이는 서식종과 개체수 파악에는 용이하지만 생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파악하려면 심층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며 "특정 구역에 사는 특정 생물을 최소 10년 동안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의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연구를 위해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시민이 함께 관찰하면 더 많은 생태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정부나 기업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해외에는 실제 그런 사례도 있다.
이 전문가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모니터링이 더 많아지면 좋다"며 "일본 등 해외에서는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 기관을 비롯한 지자체, 기업 등이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홍보해주거나 예산 지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