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의 안부를 묻다 ①]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뉴스펭귄 이강운 대기자] 60이 넘어가면서 때때로 죽음을 생각한다. 같은 시대에 살았던 비슷한 연배의 친구나 지인의 부고를 접하면서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허전하기는 해도 뜻밖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끼니마다 한 움큼의 약을 먹고 병과 친구하며 살고 있으니 사는 것이 죽는 것일 수도 있고, 죽는다는 것은 저녁 식사를 하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대하게 되었다.
물론 죽음이 유쾌한 주제는 아니지만 이 칼럼에서 생물의 죽음을 다루려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논하는 생명체의 사멸은 시간이 흐르면서 늙고 병들어 자연스럽게 맞게 되는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달에 따라 시시때때로 받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서 사라지게 되는 생물종의 멸종을 대상으로 한다. 과도한 개발과 서식처 파괴로 야기될 급격한 대재앙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줄 알고 있었지만 20세기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 종류의 생물은 대략 500만 년 동안 생존하면서 태어나고 병들고 아프거나 늙어 죽는다. 과거와 현재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으로 새로운 변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종(종 분화)으로 확산하든가 혹은 멸종을 하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요즘은 인류가 만드는 변화 속도가 가파르고 너무 빨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명대로 살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종 자체가 단 하나의 개체도 남김없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근의 멸종은 순식간에 벌어진 극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파괴적이고 잔인한 재앙이 차곡차곡 쌓여 폭발한 결과다. 인위적 압력으로 엉망진창이 된 서식지에 기후변화까지 부채질을 하니 멸종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대량화되고 있다. 인류 출현 이전에는 1백만 년에 2종정도 멸종하던 포유류가 지난 500년 동안 5,570종이 멸종하였다니 바야흐로 새로운 멸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4년 간 정 붙이고 다니던 직장을 떠나 1997년 강원도 산속으로 들어와 국내 최초로 생태교육을 시작했다. 구체적 계획 없이 자연과 환경에 대한 환상과 희망으로 미래를 설계했지만 생태체험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때라 그랬는지 일 년 내내 방문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좋아서 앞뒤 가리지 않고 시작한 일인데 뜻밖의 성과를 올려, 생태나 환경을 사회적 담론으로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낙관을 했다.
2005년 환경부 관계자가 연구소에 방문해 이렇게 훌륭한 시설에 국가적 사업인 멸종위기종 증식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며 제안을 했을 때 막연하게 ‘내 일이지 싶었다’. 생태 교육에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를 곁들이면 색다른 과학 텍스트가 될 것이라 기대가 컸고, 경이로운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보전생물학의 실천적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큰 희망을 가졌다.
생태적 약자인 멸종위기종 보전 연구를 해온 지 올 해로 20년, 2005년부터 그들을 야생에 되돌리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지만 희망과 좌절을 오락가락하며 시간만 낭비한 것 같은 자괴감이 든다. 나름대로 증식과 보전 그리고 멸종위기종의 실용적 가치 창출을 했다고 자위하지만 일천하기 짝이 없다. 참 귀한 시간을 살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멸종위기종의 고단한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젝트는 장기적이고 어려운 과제라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도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많은 기획을 하고, 멸종위기종복원센터라는 독립 기관을 만들어 결의를 다졌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민원 대상인 물, 미세먼지와 쓰레기 문제만 집착하지 멸종위기종 보전은 늘 뒷전인 것 같다. 최근 멸종위기종과 같은 등급인 천연기념물을 국가유산으로 개명하는 의식의 전환은 있었지만 선심 쓰듯 멸종위기종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다.
까다로운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성원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관심과 실천은 멸종위기종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멸종위기 생물을 소개하고 그들의 생존 전략, 증식 과정과 복원 현황에 대한 정확한 종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멸종되었거나 멸종위협을 받고 있는 종에 대한 백과사전식 나열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보전생물학이나 생태학 생리학 등 과학적 접근을 우선하고, 멸종위기종 보전의 최전선에서 그들과 씨름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전하려한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생명 현상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생명 현상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뒷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멸종위기종 위기가 단지 종의 위기만이 아니다 라는 통찰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강운 대기자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소똥구리,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복원과 멸종위기종의 산업적 활용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곤충방송국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