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위협하는 댐, 기후위기 대응 불가능"
[뉴스펭귄 배진주 기자]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대응 댐’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1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도 열렸다. 전문가들은 신규댐 건설과 기후위기 대응을 연결하는 논리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후위기를 완화한다는 두 관점 모두에 댐은 부적절한 대안이며, 생태계를 파괴해 생물다양성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이날 토론회는 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열렸으며 댐 건설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주로 참석했다.
이현정 녹색정치LAB 그레 소장은 토론 발제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짚으면서 "댐이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발제자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은 적응과 완화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적응’은 기후 변화에 대처 및 적응하는 것,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걸 의미한다. 이현정 소장은 댐이 적응과 완화 모든 측면에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후위기 적응에서 중요한 점으로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앞으로의 기후는 변동의 폭이 크고 예측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인체에서의 면역력과 유사한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라 덧붙였다.
회복탄력성은 생물다양성으로 갖출 수 있다. 이현정 소장은 코로나19가 극심할 때 미국의 한 만화가가 그린 그림을 꺼내 보였다. 작게 표현된 도시엔 ‘손을 잘 씻자’라는 문구가 있다. 그 뒤로 파도가 점점 커지며 도시를 덮쳐온다. 작은 파도부터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마지막엔 커다란 파도로 생물다양성 붕괴다.
이 소장은 “파도는 도시를 덮쳐오는 문제의 원인”이라며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 위기의 원인이 생물다양성의 감소”라고 주장했다.
생물다양성 보전, 즉 건강한 생태계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이현정 소장은 국립생태원의 자료를 통해 생태계의 역할을 설명했다. 식량, 담수, 원자재 등 피상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후 및 공기 질 조절, 탄소 고정 및 저장, 자연재해 완화 등도 생태계의 서비스에 속한다.
이현정 소장은 “생태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파괴하는 신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완화, 즉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측면에서도 댐은 맞지 않다고 이어갔다. 그는 “댐으로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는 여러 가지 주요 측면에서 자연 시스템과 구별돼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량의 육상 유기물이 범람하면 미생물 분해를 촉진해 지상 및 지하 바이오매스에 저장된 유기물이 이산화탄소, 메탄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환경부 주장처럼 댐이 기후위기에 적절하다면 다른 나라도 댐을 건설하지 않을까? 이 소장은 “전세계적으로 있던 댐도 없애는 추세”라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은 2020~2022년 동안 665개, 2024년 2월 기준 미국은 2094개의 댐을 철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가 내놓은 사업이 무조건 타당한 것은 아니라며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댐이 홍수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물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산업 시대의 국책 사업이 우리를 더 잘 살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일 거라는 일종의 환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댐을 만들면 홍수를, 어떤 비가 오든 간에 막아줄 거란 환상이 드는데, 오히려 물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뉴스펭귄은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현지 반응 등을 꾸준히 후속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