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기업 기후행동과 언론의 역할

2024-07-15     김기정

기업들의 기후행동을 보다 폭넓고 강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언론의 공적책임이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해결을 촉구하는데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나서도록 하는데 있어서 언론의 책임은 가히 막중하다.

뉴스펭귄은 이같은 소명의식 아래 기후변화행동연구소·국토환경연구원·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와 공동으로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현황과 감축노력 등을 점검하는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멘트업종과 석유화학·정유업종, 전기·전자업종에서 연간 100만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의 배출실태와 개선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뉴스펭귄은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프로젝트 기획취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시해 독자들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뉴스펭귄 홈페이지)

사실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선명성 높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대가 컸고 사회적 반향 또한 작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벽을 실감했다.

우선 기업들의 미온적인 대응이 가장 큰 벽이다. 100만톤 클럽에 들어가는 기업체에 일일이 연락하고 설문지를 보냈지만 제대로 된 피드백은 사실상 전무했다. 따라서 기업체들의 답을 듣지 못한 채 분석결과만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첫 보도에는 뜨거웠던 독자들의 반응이 갈수록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들의 반응이 지극히 미온적인 이유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종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드라마틱하게 낮출 수 없고, 그런 기술이 없고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어떤 반응을 낸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약했던 것도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온실가스, 기후위기, 탄소배출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식상한 소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떤 해결책 있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는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대략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우리나라 언론이 현상은 그럭저럭 전달하고 있으나 해결책에는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또는 기업의 기후행동과 관련한 기사가 크게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사량이 적거나 취재인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기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사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곧 관심인데,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소구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정치권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기후행동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서 기후위기와 그 해법을 찾는 일은 분명 과학의 영역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의 주된 책임이 정치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기업을 포함한 이 사회의 개별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설 때 위기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가 특정 계파의 구호나 주장이 아니라 시급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위험이 닥친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독자들이 움직이고 이는 정치권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기업의 기후행동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흔히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대답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고 한다. 언론의 기업 기후행동 보도 역시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해법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2050 넷제로를 향해 현재 우리가 할 일은 적합한 수단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실행하는 일 뿐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칼럼은 지난달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녹색전환연구소, 그린피스, WWF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기업 기후행동 포럼’에서 토론자료로 발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