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근무 달리는 루돌프의 수면 비결은? '멀티태스킹'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순록들이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먹으며 잠을 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은 순록들이 '시간 절약'을 위해 수면과 식사를 동시에 한다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고위도에 위치한 북극은 여름철에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백야'가, 겨울에는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는 '극야'가 이어진다. 계절에 따라 일조량 편차가 크므로 순록은 백야가 이어지는 여름철 동안 겨울을 대비해 많은 음식을 소비한다.
다만 반추동물인 순록은 되새김질(삼킨 음식을 다시 게워 내 씹는 일)에 오랜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에 여름철 수면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계절에 따라 순록의 수면 시간이 얼마나 다른지 관찰하기 위해 유라시아순록 4마리의 뇌파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순록은 여름철에 좀 더 활동적이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매일 비렘수면(깊은 수면) 5.4시간, 렘수면(얕은 수면) 0.9시간, 되새김질에 2.9시간을 보냈다. 계절과 관계없이 일정한 수면시간을 가진 것이다.
주저자인 멜라니 퓨러 연구원은 "순록의 수면시간이 겨울과 여름에도 같다는 사실은 여름철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독특한 전략을 펼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순록이 양과 염소처럼 되새김질하는 동안 수면을 취한다면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순록이 되새김질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한 결과, 비렘수면 상태와 유사한 뇌파를 보였다. 또 평소에는 주변 순록들의 움직임에 큰 반응을 보였지만, 되새김질 중에는 비렘수면 상태와 마찬가지로 주변 순록들의 행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의 가설대로 순록은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멀티태스킹'을 택한 것이다. 단 순록이 되새김질하는 내내 잠을 취하진 않는다.
연구진은 "순록이 잠에 든 경우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점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면서 "수면은 어릴수록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순록을 추가로 관찰하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