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매미는 원래 밤에 울지 않았다

2023-08-08     손아영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자연이 변화하고 있다


[뉴스펭귄 손아영]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자연 곳곳에는 알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밤이면 잠잠해지던 매미가 밤새 울기 시작했고,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던 산호초는 하얗게 늙어가고 있으며, 크고 멋진 상아를 자랑하던 아프리카코끼리는 이제 상아가 없는 채로 태어나고 있죠. 오늘은 이들이 변해가는 슬픈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구슬픈 이유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고요한 여름밤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무더운 계절 속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인간의 문명에 의해 발생한 자연의 혼란 중 하나입니다. 매미는 나무에 알을 낳고 최소 50일에서 최대 300일 내에 부화하는데요.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는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컷은 4일째가 되는 날 울기 시작하며 1~2주 만에 일생을 마칩니다. 다른 곤충과 달리 수매미는 뱃속에 커다랗고 얇은 주머니를 갖고 있어 마치 고무풍선을 배에 넣고 있는 것과 같죠. 배에 위치한 근육이 오므렸다 폈다 하는 과정에서 진동막이 울리는데, 이때 이 주머니가 진동하며 소리를 크게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옛날 매미는 해가 지면 자연스레 울음을 그치곤 했지만, 요즘 매미는 밤이 돼도 꺼지지 않는 불빛에 하루 종일 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7년이란 시간을 견디며 얻게 된 일생을 쉬지 않고 울며 보내는 매미는 억울하지 않을까요?

 


색을 잃어가는 바닷속 열대우림, 산호초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대부분 산호초를 바닷속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산호초는 ‘동물’에 해당합니다. 산호초를 식물로 오해하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머리도 폐도 장도 없이 입과 위, 생식기만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달이 하늘 높이 떠올라 바다를 비출 무렵이면 산호초는 일제히 알과 정자를 방출하고, 바다는 곧 하얗게 변하곤 합니다. 알이 수정되면 플라눌라 유생이 헤엄치기 시작하고 이들이 바위 위에서 자라며 산호가 되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산호는 사실 산호초 자체의 색깔이 아닌, 산호의 체내에서 공생하는 조류의 색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산호가 서식지를 제공하는 대신 공생조류는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산호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구가열화로 인해 공생조류가 산호초의 곁을 떠나며 산호는 점점 더 색을 잃고 하얗게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1500종의 물살이들도 집을 잃고 있는 셈이죠.
    

 

생존을 위해 상아를 포기한 코끼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코끼리 무리에는 어미 코끼리가 출산하는 과정에서 조산사 역할을 하는 코끼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산사 코끼리는 새끼를 낳는 어미를 격려하고, 갓 태어난 새끼의 몸을 깨끗이 하는 등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출산을 돕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코끼리는 스스로 걸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출생과 동시에 어미와 조산사의 보호를 받으며 무리의 여행에 합류합니다.  암컷은 어미와 같은 무리에서 평생 같이 살기도 하지만 수컷은 열 살 정도가 되면 가족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독립을 시작한 수컷 코끼리는 인간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제 그를 보호해 줄 무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오랜 시간 인간에게 가족과 상아를 빼앗기며 죽음을 맞이한 코끼리들은 ‘슬픈 진화’를 선택하게 됩니다. 애초에 생존에 유리하도록, 아니 인간에게 사냥을 당하지 않도록 상아가 없는 채로 태어나게 된 것이죠.

 


자연은 무엇이 더 슬플까?


인간은 나이를 먹으며 조금씩 변해갑니다. 외모부터 성격, 취향, 가치관까지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죠. 그리고 어느 순간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면 문득 서러운 마음이 일며 슬퍼지곤 합니다. 티 없이 맑았던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자연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마냥 푸르고 평화로웠던 과거와 달리 색이 바래고 거칠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슬프겠죠. 하지만 그 변화의 시작과 끝이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 더 슬프게 느껴지진 않을까요?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