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혁명③] 존재감 없는 담배 폐기물부담금
[꽁초혁명] 시리즈는 시가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어다인의 후원으로 작성되는 기획기사다. 뉴스펭귄과 ㈜어다인은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지금의 인식이,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식으로 전환되는 일종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뉴스펭귄 조은비·남예진 기획, 조은비 글] 담배꽁초 수거와 처리에 쓰여야 할 담배 폐기물부담금은 어디로 갔을까?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담배 폐기물부담금에 대해 알아보자.
담배제조사가 낸 '폐기물부담금'은 어디에 쓰일까?
담배제조사가 담배꽁초 수거 및 처리 과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단투기된 담배꽁초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담배를 판매해 이득을 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유럽연합(EU)은 담배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담배꽁초에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니 투기하면 안된다'라는 표시의 의무를 생산자에게 부여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환경지침은 오염 주체인 생산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정부도 자국 담배제조사를 대상으로 담배꽁초 수거 비용을 징수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국내 일부 담배제조사들도 꽁초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고 있다. 담배제조사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도심 속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빗물받이 주변을 아트웍으로 꾸며내는 활동을 펼쳤다.
담배 필터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체 소재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KT&G는 지난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라이오셀 토우(Lyocell tow)를 적용한 담배필터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오셀 토우는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펄프를 용해시켜 섬유화하는 공법을 적용한 친환경 소재다. 폐기 후 생분해성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11개의 흡연시설을 마련했고, 2021~2022년 지자체와 협업해 무단투기가 잦은 장소에 담배꽁초 수거함 2236개를 설치했다.
이 같은 활동에 앞서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 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널(JTI) 코리아 등 모든 국내 담배제조사가 기본적으로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폐기물부담금은 살충제, 껌, 일회용기저귀 등 유해물질이 있거나 재활용을 하기 어려운 제품의 처리를 위해 제조업자, 수입업자에 징수된다. 담배제조사는 담배 한 갑 가격 중 24.4원을 환경부에 납부하고 있다.
2020~2022년 환경통계안감에 따르면 2019년, 2020년, 2021년 징수된 담배 폐기물부담금은 각각 873억7989만원, 827억1900만원, 891억3200만원이다. 3년간 연간 평균 864억1033만원이 거둬진 셈이다.
상당한 규모지만, 이 금액은 온전히 담배꽁초 문제 해결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
홍수열 소장은 "담배꽁초를 관리하는 곳은 지자체인데, 담배회사가 지불한 폐기물부담금은 환경부에게 가는 구조"라며 "환경부가 국고 보조금으로 지자체 지원을 해주긴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등에 미흡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담배 폐기물부담금이 꽁초 처리를 위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어느 정도 걷혔는지 파악은 되지만, 그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 환경개선특별회계로 넘어가서 전체 예산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매칭을 시켜서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경개선특별회계에 납입된 폐기물부담금은 예산으로 편성돼 각종 재활용 및 폐기물 관련 작업에 쓰이게 된다.
시가랩 캠페인 최재웅 매니저는 "환경부가 지자체로 금액을 보낼 때 '꼭 꽁초 수거에 써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면 환경미화원들이 미화 활동을 할 때 꽁초도 줍기 때문에, 환경미화원을 지원하는 게 곧 꽁초 수거에 쓰인 것이 된다. 이런 식으로 담뱃세 폐기물부담금이 환경부 일반회계에 포함돼 두루뭉술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담뱃세 폐기물부담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이 안 된 이유는 정확하게 꽁초 처리를 위해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꽁초 수거 및 처리'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도는 흡연부스 설치, 시가랩 및 휴대용 재떨이 배포, 처리 시 매립이나 소각보다 오염이 적은 꽁초 재활용 방안 연구 등 다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배 폐기물부담금 '제대로 쓰일 수 있게' 바뀌어야
담배 폐기물부담금을 꽁초 문제 해결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홍수열 소장은 "담배꽁초 관리를 환경부가 아닌 지자체에서 하고 있으니, 담배회사와 지자체가 직접 현장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고 사용된 금액 만큼의 폐기물부담금을 감면시켜주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지자체로 금액이 갈 수 있도록 폐기물부담금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5월 환경부에 제출된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시범구축·운영 및 적용가능성 분석(이하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분석 보고서)'에서도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분석 보고서는 "담배제조사의 경우 이미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수거, 재활용 부담에 난색인 입장"이라며 "현행 폐기물부담금 제도만으로는 발생량 저감, 무단투기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 대처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 개선 필요성 논의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미국 테라 사이클(Terra Cycle) 등 담배꽁초를 회수 및 수거하고 재활용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일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수거-재활용 통합운영'이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스펭귄>은 환경단체와 흡연자, 담배제조사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담배 폐기물부담금이 어디에 쓰이기를 바라는지' 직접 질문해 봤다.
환경단체 의견은 플로깅으로 꽁초 수거에 앞장서 왔던 와이퍼스를 통해 알아봤다.
8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생분해 필터 개발 지원비 19.1% △담배꽁초 수거 보상금제 확대 17.9% △투기 단속 인원 고용비 및 신고 포상비 17.9% △빗물받이 개선 15% △흡연부스 설치 15.6% △무단투기 방지용 공익 광고 제작비 11.6% 등 모두 비슷한 규모의 투표 수를 얻었다.
기타 의견에는 △벌금 강화 △인식 개선 △투기단속인원 고용 △신고보상비 인상 △빗물받이 디자인 변경 △금연 정책 등이 제시됐다.
흡연자인권연대는 관계자는 "국가가 담배 판매를 허가하고 있다면, 그에 맞춰 흡연자가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줘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락됐지만 버릴 곳이 없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의 빗물받이는 어디를 보더라도 꽁초로 가득 차 있고 봄, 여름, 겨울철에는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담배꽁초 문제를 단순히 도시 미관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발생 측면으로 접근해 해결됐으면 하는 것이 흡연자인권연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국내의 한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폐기물부담금이 담배꽁초 처리나 수거 효율화 사업 등에 적합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