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2023-07-12     손아영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뉴스펭귄 손아영] 제목에 적힌 문장은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가 1987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선언한 말입니다. 현대의 과도한 소비주의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죠. 이 소비주의는 최근 100여 년간 고소득 국가와 도시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지구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켜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결정적인 10년 동안, 지구가열화를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산업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인간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때 필요한 가장 대표적인 도구는 바로 ‘광고’죠. 흥미롭게도 홍보 및 선전 산업의 창시자 ‘버네이스’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였는데요. 그는 심리치료의 기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의 근원적 욕구와 신제품을 연결시킴으로써 욕구 충족용 소비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1920년대에 그는 여성들에게 담배가 ‘자유의 횃불’이라고 설득하며 아메리칸 타바코를 사게 만들었고, 베이컨과 달걀이 미국인의 마음에 딱 맞는 아침 식사라고 설득하며 비치너트패킹 정육사업부에게 큰 수익을 선사했습니다.

한편, 패션 산업은 갈수록 더 촘촘하게 쪼개진 시즌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매주 ‘새로워진 당신’을 약속하곤 하는데요.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게 더 많은 옷을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매년 구입하는 의류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구입한 의류를 보유하는 기간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1.5도 라이프”를 실현하라


암스테르담의 모습(사진 unsplash)/뉴스펭귄

최근 한 중요한 연구에서 ‘1.5도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음식, 개인 교통, 소비재 등의 주요 부문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 연구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줄이는 방법으로 정부에서 시스템 변화를 주도하며 ‘선택의 편집’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실제 과도한 소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이런 선택의 편집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암스테르담은 2030년까지 원료 50퍼센트 순환, 2050년까지 원료 100퍼센트 순환을 목표로 제시하며 ‘쓰고 버리는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미 2019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트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의류 회사들은 직물의 재사용 및 업사이클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상파울루 등의 자치정부들은 광고판의 시각적 공해를 금지함으로써 광고주들이 보내는 유혹의 메시지를 제거하는 선택의 편집을 실천하고 있죠.

 


물질적 풍요보단 정서적 풍요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정신분석가 애덤 필립스는 “우리가 삶의 매 순간, 모든 지점에서 과도함을 보인다면, 그것은 감추어진 결핍의 표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지구 생태계와의 관계에서 오는 결핍을 감추기 위해 과도함을 택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자신의 정서적 빈곤을 알아차리고 이를 채워주는 것 또한 과도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영국 뉴이코노믹파운데이션에서는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섯 가지 단순한 행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 활기찬 신체 활동, 자연 관찰, 새로운 기술의 습득, 타인을 돕기입니다. 실제 공동체 차원의 행동을 통해 큰 활력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의 트랜지션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지역 사회단체들을 연결해 공동체 시설 건물과 개인주택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여행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등 환경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도록 서로 격려하는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세계 각지의 1000여 개 단체를 포괄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죠.

 


그때는 어렵고 지금은 쉽다


앞서 제시한, 과도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들도 지금 당장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화해온 것들을 보면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편의점과 마트에 가면 버려진 뒤 썩어 없어지는 생분해성 비닐을,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 친환경 전기/수소 차량의 충전소가 설치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이처럼 미래의 우리는 지금 고민하는 해결책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