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야생벌 산란 전쟁' 최종 승자는? (영상)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약 10개월 동안 서울교육대학교 테니스장 어닝 기둥에 있는 구멍 여러 개에서 관찰됐던 왕가위벌과 밑들이벌의 산란 전쟁이 마무리됐다.
왕가위벌은 구멍에 산란을 하는 습성이 있다. 구멍 안에 꿀과 꽃가루를 뭉쳐 만든 경단을 먹이로 넣고, 알을 낳은 후 송진으로 벽을 만들고, 또 먹이를 넣고 알을 낳고 벽을 만드는 식으로 여러 칸의 산란방을 만든다.
큰 날개 소리로 인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침이 없어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밑들이벌은 긴 산란관을 이용해 왕가위벌 산란방 안에 있는 애벌레에 알을 낳아 기생하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국내에서는 왕가위벌에 비해 더 발견이 어려운 종이다.
지난해 7월부터 관찰을 주도했던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신동훈 교수는 테니스장 어닝 기둥에 있는 구멍 여러 개에 왕가위벌과 밑들이벌의 산란이 이뤄지는 장면을 포착했다.
신동훈 교수는 이후 어떤 벌이 산란방에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명반구를 부착하고 수시로 테니스장을 찾아가며 관찰을 이어갔다. 빠른 발견을 위해 출현 제보를 받는 문구를 적어두기도 했다.
지난달 중에 전해진 산란 소식에서는 밑들이벌 5마리가 5개 산란방에서 나오면서 압승을 거뒀다. 일부 서울교육대학교 학생들이 응원했던 왕가위벌은 1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산란방의 소식은 이달 초 전해졌다. 신동훈 교수는 지난 6일 11번 산란방에서 나온 왕가위벌이 학생들에 의해 발견됐고, 지난 9일 10번, 13번 산란방에서도 왕가위벌이 1마리씩 확인됐다고 밝혔다. 모든 벌들은 관찰 후 야생으로 보내졌다.
이로써 산란전쟁은 5:3으로 밑들이벌이 승리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신동훈 교수는 왕가위벌, 밑들이벌 출현 제보를 했던 교수들과 산란방 보호에 협조해 준 교수 테니스회 회원들, 테니스 동아리 '탄아회' 학생들을 언급하며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왕가위벌 산란장을 관찰했기 때문에 10개월 관찰이 성공할 수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이렇게 흥미로운 생명체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주변에 있는 생명체에 작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그러면 흥미로운 생명체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는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신동훈 교수는 유튜브 채널 '생물관찰—WhyTV'을 통해 왕가위벌과 밑들이벌의 출현 상황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