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산천어축제' 산천어가 생태계 파괴범?

화천에 들어온 산천어가 토종 어류 생태계 파괴 축제용 산천어의 억울한 삶 "죽거나 애물 취급"

2023-01-16     이수연 기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우리나라 최대 지역 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의 독특한 점은 산천어가 본래 화천에 사는 생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천에는 원래 산천어가 없다?

강원 화천군은 매년 산천어축제를 위해 전국 양식장에서 산천어를 공수해온다. 올해는 18개 양식장에서 1년간 기른 산천어 171톤을 화천으로 옮겨왔다. 보통 산천어의 무게가 300g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60만 마리에 달한다.

산천어는 송어 중에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강에만 남아서 성장한 송어의 아종이다. 실제 야생에 사는 산천어는 차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냉수성 어류로, 한여름에도 수온이 섭씨 20도 아래인 하천이나 계곡에 주로 서식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동해로 흐르는 강인 영동 지역에서만 고립된 채 지낸다.

그러나 강원 화천은 영동이 아닌 영서 지역으로, 산천어가 살지 않던 곳이다. 축제를 위해 양식장에서 데려온 산천어 중 일부가 화천천(川)에 그대로 남아 이곳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화천군은 '산천어 얼음낚시' 행사를 위해 미리 산천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물막이 공사를 한다. 화천군은 항상 축제 후에 산천어를 전량 회수한다고 강조하지만, 간혹 탈출하기도 한다.

축제 주최단체 재단법인 나라는 축제 후에 산천어를 전량 회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2023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생태계 교란 우려… 실제 인근 춘천호에서 자주 발견

문제는 화천천에 새로 들어온 축제용 산천어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것이다. 육식어류로 포식성이 강한 산천어가 기존에 살던 토종 어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인 김산하 생태학 박사는 "서울에 갑자기 늑대떼가 출몰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김산하 박사는 "화천에 살지 않던 외래종인 산천어가 들어오면 원래 있던 생태계가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축제를 진행하는 쪽에서는 산천어가 밖으로 절대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 막혀 있는 곳 안에 살던 생물들의 먹이사슬이 붕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천어축제가 끝나면 화천천에서 불과 24km 떨어진 춘천호에서 매번 많게는 100여 마리의 산천어가 잡힌다. 춘천호에 산천어가 나온다는 것은 화천군이 약속한 산천어 전량 회수가 불가하다는 의미다. 축제 후 일부 산천어는 빠져나가고 있다.

한 어류전문가는 "춘천호 어부들이 발견한 산천어를 해부했을 때 위장에서 빙어 10여마리를 확인했다. 춘천호에서도 산천어가 잡히는 상황에서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도 화천에서 산천어를 잡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산천어 대부분 스트레스로 폐사

그렇다고 해도 화천천에 남아 생태계를 교란하는 산천어보다 축제장에서 죽는 산천어가 더 많다. 축제용 산천어가 죽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축제 기간동안 산천어 수십만 마리가 한정된 공간에 몰려 있고, 물 위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폐사한다.

김산하 박사는 "산천어는 자신만의 생태를 꾸리면서 사는데 인간이 만든 행사 한번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죽는다"며 "화천 산천어축제는 한마디로 산천어를 무덤에 쏟아붓는 축제"라고 말했다. 

이어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게 막으니까 대부분의 산천어는 죽고, 살아남은 산천어는 화천천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꼬집었다. 

축제장 공사도 생태계 파괴 "저서생물 도망가"

화천천 생태계는 축제장을 만드는 공사로 망가지기도 한다. 어류전문가는 "물막이 공사로 물 흐름을 막고 굴삭기로 하천 바닥을 건드리면서 저서어종과 저서생물이 도망가거나 다 죽는다"고 말했다.

산천어축제 한 달 전에 만드는 물막이 둑 (사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산천어축제가 끝나고 물막이 둑이 무너진 5월의 화천천 (사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그는 "화천천에 이제는 나타나지 않는 어종이 꽤 있다. 3년 만에 산천어축제를 다시 열었는데, 그 사이에 화천천에 정착했던 어종이 더 이상 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바닥에 사는 저서어종인 새코미꾸리, 퉁가리 등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어류전문가에게 화천천 생태계 파괴를 줄이는 방법을 묻자 "축제가 끝나면 신속하게 본래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눈썰매 구조물 설치를 위해 굴삭기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공사 (사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생명다양성재단은 지난 15일 SNS에 '화천 산천어축제가 반생명, 반생태적 행사인 이유 6가지'를 발표했다. 그중 6번째 이유는 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였다.

생명다양성재단은 해당 게시물에서 "상수원보호구역인 화천천에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 3~4㎞ 가량 하천 구간의 모래바닥과 퇴적층을 모조리 긁어내고, 물막이 보를 만들어 수십만 톤의 강물을 가두어 막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천천의 모든 생물종이 다양하게 서식했던 장소인데, 오직 축제를 위해 원래 있던 수생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