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에 붙은 벌레자국 보니…곤충 64% 줄었다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무당벌레, 나비 등 날아다니는 곤충 수를 파악하기 위해 자동차에 붙은 벌레 자국을 확인했더니 20년도 채 안돼서 곤충의 총 6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환경단체 켄트 야생동물 트러스트(Kent Wildlife Trust)와 곤충보호단체 버그라이프(Buglife)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2004년에서 2022년 사이 영국에서 곤충 수가 64% 줄었다고 밝혔다.
날아다니는 곤충은 직접 관찰해서 연구하기 어려운 까닭에 이 조사는 특이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곤충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매년 여름마다 영국 전역의 시민들이 자동차 번호판에 끈적이는 필름(Splatometer)을 붙이고, 운전 중 번호판에 충돌해 자국이 찍힌 곤충 수를 세서 벅스 매터(Bugs Matter)라는 앱에 기록한다.
2022년에 시민들이 기록한 결과를 2004년의 결과와 비교했을 때 곤충 수는 64% 감소했다. 2004년에서 2021년 사이에 58% 줄어든 것보다 6%P 더 감소했다. 2004년 7km 주행당 1마리의 곤충이 자동차에 부딪혔다면 2022년 23km 주행당 1마리꼴로 줄어든 셈이다. 곤충의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오전에서 오후로 시간이 흐르거나 일일 평균기온이 섭씨 1도씩 오를 때 곤충 수도 늘어나지만, 2004년부터 전체적으로 봤을 땐 매년 곤충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곤충 수가 유독 줄었다. 2004년부터 자동차 번호판에 곤충 자국이 하나도 없던 영국 시민이 21%였던 반면,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엔 44%였다. 그 이유가 2년간 영국에서 발생한 이상기온 때문인지 밝히기 위해 앞으로의 조사가 중요하다고 연구진들은 주장했다.
이를 두고 '자동차 앞유리 현상(Windshield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수십 년 전에는 운전하고 나면 자동차 앞유리가 곤충 사체로 가득했지만, 요즘에는 유리가 깨끗하다는 의미로 그만큼 곤충이 없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버그라이프의 앤드류 화이트하우스(Andrew Whitehouse)는 "2년 연속으로 곤충 수가 많이 감소했다"며 "곤충의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말했다. 이어 "COP15(생물다양성협약)에 참석한 지도자들이 야생동물과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해 자연 복원을 위한 결단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곤충들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집약농업 등 토지이용의 변화, 농약 사용,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곤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영국뿐 아니라 덴마크, 독일 등의 지역에서도 곤충 수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봄 꿀벌 수십억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