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건강한 생태환경 구축, 곤충과의 '공존'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최근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 에인트호번시가 곤충과 토양을 위한 낙엽층을 만들고자 공원이나 정원에 쌓인 낙엽이 자연스럽게 분해될 수 있도록 쓸지 말자고 권고해 화제가 됐다. 낙엽을 치운 도시의 미관보다 자연적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생태학적·환경적 이점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곤충 등 자연 생태계를 활용해 환경 피해를 줄이면서 편의성은 높인 사례들이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2020년부터 천적을 활용한 해충 방제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딸기, 고추, 파프리카, 호박, 오이, 토마토 등 작목에 주로 발생하는 해충의 천적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해당 해충만 잡아먹는 천적의 습성을 이용하면, 농약 사용량과 농작물 피해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약제에 내성과 저항성을 가진 해충의 출현 가능성도 낮출 수 있으며, 환경보전은 물론,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인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 방제 기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방제기술의 효과성도 입증됐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 추진 결과 참여 농가의 수확량과 소득 모두 천적 활용 해중 방제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농가와 같거나 증가했다.
올해 2~4월 딸기 농가를 대상으로 해충 방제 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한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는 딸기 수량은 15% 늘어난 반면, 병해충 방제 노력은 75% 줄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포천시는 관내 시설 딸기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내년 봄까지 천적 활용 방제 시험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는 "수확 후 바로 생식 섭취하고, 일부 농가는 수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농약 사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딸기는 수정벌의 활동으로 열매를 맺기 때문에 농약이나 유기농 자재를 살포하면 벌의 활동량이 줄어 수정이 불량해지고 기형과 발생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축산농가에서도 곤충의 천적 관계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제주시는 2020년과 2021년 축사에서 발생하는 파리 등 해충 구제에 천적 곤충인 '배노랑금좀벌'을 이용한 적 있다.
배노랑금좀벌은 파리 번데기에 산란된 알에서 부화하고 그 번데기에 기생해 영양분을 얻어 성충이 되는 곤충이기 때문에 파리 발생이 자연적으로 억제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주시는 "2020년 시범사업에 참여한 20개소 농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살충제 잔류 등 환경적 부분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겨울철 들판의 마른 풀에 있는 해충과 그 알 등을 모두 태워 없애는 이른바 논두렁 태우기는 해충 방제 효과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과 전북도농업기술원이 지난 2년 동안(2020~2021년) 조사한 결과, 일반 농업지역과 친환경 농업지역 모두 논두렁을 태운 후 논과 논두렁의 익충 밀도는 태우기 전보다 최대 95.5%까지 줄었으며, 4주가 지날 때까지 태우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반 농업지역과 친환경 농업지역의 논과 논두렁 모두에서 멸구류 등 해충 비율은 4.9~9.1%로 낮았으며, 논두렁을 태운 곳과 태우지 않은 곳의 해충 발생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진흥청은 "오히려 산불, 미세먼지 발생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월대보름 전후로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