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곤충 소멸,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곤충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올해 초 전국 곳곳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거나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9개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월동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해 병해충과 포식성 말벌류 그리고 이상기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양봉업자들과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로 추측했다.
이처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곤충을 지키기 위해 여러 복원·보전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여러 부분에서 역부족인 상황이다.
곤충 소멸 보고한 해외 연구 잇따라
곤충 사라지면 인류 식량안보도 위험…'곤충겟돈(insectageddon)'
지구에서 빠르고 조용하게 사라지고 있는 곤충은 비단 꿀벌만이 아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생물다양성 및 환경연구센터의 찰리 오스웨이트 박사(Dr. Charlie Outhwaite)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현대의 관행농법이 곤충의 수를 약 49% 감소시켰다는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UCL 소식지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의 발견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며 "특히 수분 매개자인 곤충의 개체 수 감소는 곤충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식량안보에도 해를 끼친다"고 경고했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프란체스코 산체스-바요(Francisco Sánchez-Bayo) 교수 연구진 등은 2019년 과학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컨서베이션(Biological Conservation)에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곤충 종의 3분의 1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인간에 의한 서식지의 변화 △화학적 살충제 농약 사용 등 환경오염 △기생충과 병원체 등 생물학적인 위협 △기후변화 등을 차례로 지목했다.
이 연구진들은 "우리는 최근 척추동물의 2배, 국지적 종들의 멸종 속도의 8배로 급감하고 있는 곤충 종의 비율(41%)을 추산해 이전의 발견들을 확인했다"면서 "게다가 매년 전체 곤충 종의 1% 가량이 줄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연간 2.5% 가량 감소하고 있는 생물자원(biomass) 내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우리가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곤충 전체는 몇 십년 안에 멸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자원의 90% 가량인 100대 농산물의 70%가 꿀벌 등의 수분으로 생산된다.
꿀벌을 포함한 곤충들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는 극심한 식량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곤충(Insect)과 성경의 인류 최후 전쟁 또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쳐 '곤충겟돈(insectageddon)'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 "곤충도 멸종위기종법(CESA) 적용될 수 있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정책 방향 '개체 복원→서식지 보전'
곤충의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국내외 노력 및 성과는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멸종위기에 처한 캘리포니아 토종 땅벌 4종과 왕나비 등 곤충을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 포함시켰다.
글로벌 환경전문지 몽가베이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법원은 지난 6월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관한 주법(CESA)이 곤충을 포함한 무척추 동물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올해 4월 농무부(USDA), 해양수산국(NMFS), 어류 및 야생동물국(FWS)과 공동으로 살충제·살서제 등이 곤충·어패류·양서류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정책 방향을 기존 개체 복원에서 서식지 보전 중심으로 전환했다.
환경부는 해당 종합계획에 따라 비단벌레, 장수하늘소, 소똥구리, 물방개,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2급 곤충 13종을 비롯해 포유류·조류·양서파충류 등 총 64종을 복원대상종으로 선정했다. 이 중 소똥구리 등 복원이 시급하고 복원 가능성이 큰 25종은 우선 복원대상종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지정 서식지외보전기관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이강운 박사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강운 박사는 "종에 대한 증식이나 보전이 먼저 있어야 서식지 보전에 의미가 있다"면서 "서식지 보전이 사실 제일 크지만, 전부 개발하는데 서식지 보전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겠나"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장수하늘소, 애반딧불이, 두점박이사슴벌레, 붉은점모시나비,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 등의 복원 또는 증식 시도가 꾸준하게 있었다.
또 이같은 지속적인 노력과 무관하게 멸종위험도 범주가 상향된 종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4월 곤충 394종의 멸종위험 상태를 재평가해 발간한 국가생물적색자료집 곤충I(제7권) 개정판을 통해 큰수리팔랑나비의 멸종위험도가 위급에서 지역절멸(과거 자생한 것으로 파악되나 일정 기간 이후 발견되지 않는 종)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멸종위험도는 절멸(EX), 야생절멸(EW), 지역절멸(RE), 위급(CR), 위기(EN), 취약(VU), 준위험(NT), 최소관심(LC), 자료부족(DD), 미적용(NA), 미평가(NE) 순이다. 이 중 위급, 위기, 취약은 멸종우려범주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