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공원이 가을 낙엽 치우지 않는 이유

2022-10-26     이후림 기자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가을 이맘때면 도시는 아름답게 물든 낙엽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순간도 잠시, 낙엽은 도로나 인도에 떨어지는 순간 한편으로는 처리 곤란 쓰레기가 된다. 길거리에 방치돼 더러워진 낙엽이 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비에 젖은 낙엽은 보행로를 더욱 미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골칫거리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 도시가 있어 화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 에인트호번시가 공원이나 정원에 떨어진 낙엽을 쓸지 말고 그대로 둘 것을 권고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원과 정원 단풍을 쓸지 않고 자연스럽게 분해되도록 두는 것이 곤충과 토양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시 당국은 공원에서 낙엽을 청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송풍기 가동을 중지하고, 겨울을 대비해 곤충들을 위한 두텁고 따뜻한 '낙엽층'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의회 대변인 마르틴 반 게셀(Martijn van Gessel)은 "오랫동안 사람들은 잡초는 항상 베어야 하고, 잎사귀는 모아야 하며 도시의 모든 것이 깔끔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공공장소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 및 정원 가꾸기 등 모든 것이 깔끔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깨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시 당국은 가을 낙엽이 생태학적으로 금만큼이나 가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자연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낙엽을 그대로 두면 여러 환경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대변인은 "자연적 과정을 거치면 생태학과 생물다양성 보전 영역뿐 아니라 잡초가 줄고 여름에 물을 덜 줘도 되는 이점이 있다. 또 비가 오면 빗물이 배수구로 바로 빠져나가지 않는 등 순환과정 전체가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또 에인트호번시는 시 전역에 '낙엽 바구니' 200개를 배포했다. 시민들은 거리와 집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정리 정돈해 낙엽 바구니에 보관해 뒀다가 이듬해 봄 식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충청북도 제천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제천시는 2018년부터 주민들이 도로변, 산길, 공원 등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오면 1㎏당 300원을 주는 낙엽 수매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모인 낙엽은 퇴비로 변신한다. 낙엽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썩고 발효돼 천연 퇴비 제품인 '갈잎 흙'으로 변한다. 퇴비로 사용하면 되지만 비료관리법에 따라 부산물 비료로 등록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흙으로 분류됐다. 

이외에도 충청남도 보령시, 경상남도 창원시 등이 낙엽을 모아 퇴비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