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기후위기 지구, 재설계 할 수 있나요?

2022-09-14     성은숙 기자
(그래픽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화이트 스카이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누군가 우리에게 푸른 하늘을 잃게 되더라도 성층권에 무수한 반사입자를 살포해 하얀 하늘 아래서 살아남을 것인지, 푸른 하늘에 대한 미련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고통스럽게 죽을 것인지 고르라고 한다면 우린 무엇을 고를 수 있을까?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고한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완전히 미친, 당황스러운 아이디어' 지구 공학을 던진다. 

탄소감축이니 탄소중립이니 하는 얘긴 마치 욕조의 수도꼭지를 얼만큼 열어두는지의 차이일 뿐 욕조의 물이 차오르는 것은 변함 없으니, 어차피 온전한 상태가 아닌 자연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다면 지구 공학은 고려해볼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마치 최악과 차악 중에 차악을 고르는 일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멸종위기나 기후위기를 막아보려다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에 고군분투하는 인류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당면한 인류에게 지구 공학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라는 얘기도 전한다. 그리고는 다시 묻는다. 

만약 과학기술이 계획대로 작동할 것이며 계획대로 배치될 것이라는 수많은 전제에 기반한 그 '정치적 결정'이, 그간 다른 결정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것의 전제부터 틀어질 경우 우리에겐 무엇이 남겠느냐고. 

 

아시아 잉어와 전기 장벽

(사진 flickr ⓒU.S. Army Corps of Engineers)/뉴스펭귄

미국 육군 공병대 시카고 본부는 까다로운 임무를 맡고 있다. 

바로 독성 물질 주입, 자외선 내리쬐기, 오존처리, 발전소 폐수를 이용한 물 가열, 초대형 필터, 전기 장벽 등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시아 잉어들이 시카고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아시아 잉어는 1963년 미국 어류및야생동물관리국이 처음 들였다. 수생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아칸소주 수렵및어로위원회는 하수 처리장에 잉어류를 방류해 양분 부하를 줄일 방안을 생각했다.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 외래 어종은 순식간에 생태계를 정복했다. 토종 물고기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민물홍합까지 생태학적 피해를 입게 됐다. 

미 공병대는 오대호에 아시아 잉어가 유입되지 않게 하려면 수문학적 분리를 단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강이 아닌 시카고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다. 

 

다 떨어진 낡은 신발, 루이지애나주  

(사진 flickr ⓒCecillePL)/뉴스펭귄

미국 남부엔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세월 속에 무려 50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이 줄어든 땅이 있다. 부츠 모양을 한 루이지애나주다. 

이 지역의 땅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의심될 만큼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배경엔 범람하는 강에 맞선 인간의 대규모 토목 공사가 있다.

수백만 년 동안 미시시피강은 거의 해마다 봄이면 제방을 덮쳐 평원에 퇴적물을 쏟아놨다. 이 퇴적물은 쌓이고 마르길 반복하면서 땅이 됐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시시피강의 흐름과 범람에 맞춰 거주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자연과 타협하며 살았지만, 이 땅에 새로 도착한 사람들은 제방을 쌓고 배수로를 내어 강을 통제하고자 했다. 

퇴적물이 쌓이고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땅이 더는 생기지 못하게 되자 해수면은 상승하고 지반은 침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은 미시시피강이 제방을 뚫고 터뜨리는 일을 인공적으로 재현해 '자연적인 퇴적 과정을 재건'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주의 최대도시인 뉴올리언스의 일부를 물로 되돌아가게 놔두자는 제안도 부상했지만 번번이 거부됐다. 지구물리학적 측면과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재고할 가치조차 없는 대안이기 때문이었다. 

 

자연의 선택 vs 인위적인 선택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및 해양의 화학적 성질 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생물 중 하나가 바로 산호다.

해양 폭염 등으로 산호 백화현상이 발생하면 산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해양 생물들의 공생 관계도 깨진다. 해양 생물의 4분의 1 가량이 생애의 일부를 산호초에서 보낸다고 추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호초의 소멸은 수많은 생물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마따나 산호를 산성화와 기후변화를 견딜 수 있도록 개량한다면 산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게 되겠지만, 인간의 개입으로 강하게 개량된 산호가 미래의 바다를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조력 진화(assisted evolution) 과정을 거친다는 것.

그들은 이 조력 진화가 기후위기를 겪는 현재와 실질적인 온실 기체 감축이 이뤄지는 미래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연구의 경과를 전하면서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단락을 인용한다.

" '저마다 정교한 형태를 갖추고 서로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따라서 어떤 의도도 갖지 않은 어떤 존재의 힘에서 비롯된다." 

 

(그래픽 성은숙 기자)/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