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너에게 부친 희망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늘 곁에 있지만 실체가 흐릿한 절망감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절망과 함께 밀려오는 슬픔을, 그 슬픔 끝에 폭발하는 분노는 무얼 해야 사그라트릴 수 있을까?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대니얼 셰럴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앞으로 태어날지 모를 미래의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을 택했다. 대니얼은 기후변화·기후위기·환경오염·환경파괴 같은 단어로 표현하기엔 유기적이고 불특정한 '그 문제'에 대한 깊은 사유를 울분, 상실감, 물러나기, 열기 등의 부제 안에 농밀하게 담아냈다.
그는 단 한 문장도, 문장과 문장 사이 호흡 조차도 허투루 쓰지 않은 긴 편지를 통해 기후로 인한 절망감을 구체화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여전히 그리고 지구의 마지막까지 살아갈 생애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의 힘으로 '조그만 생명의 위로를 창공만큼 광막한 죽음에 띄워 올린'다.
울분과 상실
저자는 해양을 연구하는 아버지를 통해 일찍이 '그 문제'의 존재를 인식했지만, '그 문제'의 무게감을 견딜 수 없어 이내 그 존재를 의식 깊은 곳에 묻어버렸음을 고백한다.
그는 대학 시절 학교를 상대로 캠페인을 조직했던 사건을 기점으로 2018년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 스콧 프루잇(Scott Pruitt)으로 대변되는 화석연료 생산기업들에 대해 신랄한 분노를 쏟아내기도 한다.
분노는 곧 비통함으로 바뀐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기업과 주 정부를 확인할 때마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은 욕구와 그간의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회의감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모조리 일에 쏟아 부으면서 죄책감과 피로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다.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된 기쁨도 잠시, 트럼프 정부가 탈퇴를 선언했을 땐 저자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고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희망 안 놓았어요"라는 말 한 마디를 내뱉으며 그 모든 사태를 겪고 돌고 돌아온 희망을 다시 움켜쥔다.
물러나기
저자는 쉼없이 '그 문제'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온종일 모든 것의 종말을 무겁게 목에 건 채 돌아다니는 그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그 문제'에 내재하는 유아론(唯我論)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평형추를 다양한 방법으로 느끼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명상센터, 글쓰기 캠프, 회상 등에 이어 사물관찰까지. 특히 저자는 사물관찰을 두고 '생명력 없는 세계에 기대 그 세계의 끈기에서 위안을 얻는' 셈이라고 말한다.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흙에서 투지를 그러잡자'는 것이다. 이러한 꾀와 상상력이 여기저기 구멍나고 불타오르는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편이라고 말이다.
열기와 희망
현재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면서 어떤 단어에도 그 전부를 담을 수 없는 '그 문제'는 어떻게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대니얼은 '열기'를 꺼내든다. 날마다 경신되는 최고기온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태양의 열기를 느끼다보면, '그 문제'를 명백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고 긴 에세이보다 무척 더운 어느 날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벽에서 툭툭 떨어져 나뒹구는 포스트잇들이 훨씬 더 선명하게 '그 문제'를 소환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 대부분에게 실제 진실에 불과하지만 그래프·화재경보음·지진의 진동 같은 방식으로는 완전히 깨닫기 어려운 '그 문제'를 마주하기 위해선 비통함이나 분노 보다 솔직한 슬픔, 극복과 받아들임, 다정함, 사랑, 희망을 동력원으로 써야한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