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쉼터 '새만금 수라갯벌', 신공항 건설로 사라질 위기

2021-12-06     임병선 기자
(사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전라북도가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에 의해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전북민중행동은 6일 민주노총 전북본부 중회의실에서 시민설명회를 열어,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의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다른 철새의 서식지이자 기착지(목적지 이동 도중 들르는 곳)인 수라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보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전라북도는 김제시 해안에 위치한 수라갯벌을 간척해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간척을 하고 공항을 지으면 새들의 서식지는 흙 아래 묻히게 되며, 조류 서식지를 비롯해 갯벌 기능을 잃는다. 

저어새는 심각한 멸종위기를 겪고 있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 2단계 전인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한국물새네트워크가 내놓은 2021년 저어새 연구에 따르면,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가 새만금 수라갯벌을 중요 서식지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트워크 측이 저어새 추적장치를 분석한 결과, 저어새는 올해 10월 중에도 새만금 갯벌, 수라갯벌, 만경수역 유수지 등을 이용했다.

(사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뉴스펭귄

단체는 새만금이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의 이동경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어새가 무인 도서에서 번식을 하더라도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내 갯벌을 서식지로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처럼, 새만금 갯벌이 조류에게 주요한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한국물새네트워크)/뉴스펭귄

앞서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순천갯벌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면서 보전 대상이 됐다. 하지만 과거부터 방조제가 지어지고, 대규모 간척이 이뤄지는 탓에 사라지는 새만금 내 갯벌은 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체는 '한국의 갯벌'을 지키기 위해서도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 보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새만금 바로 옆에는 서천갯벌이 위치해 있다. 서천갯벌은 이번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 중에서도 특히 조류 생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조류들이 다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는 생태계가 주변 지역과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서천갯벌만 지킨다고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단체는 "앞서 새만금 개발 당시 일부 학자들은 도요새들이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 서천갯벌 등 가까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전국 어떤 서식지에서도 새만금 갯벌에서 사라진 30만 마리 이상의 도요새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 갯벌과 새만금 갯벌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주변 서식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단체는 신공항 건설이 조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항공기로 인한 조류충돌은 공항 8km 이내에서 72%가 발생할 정도로 공항 위치와 새 서식지 간 관련이 크다. 

그런데 새만금신공항 부지가 서천갯벌로부터 8km 이내 지점에 있어 서천갯벌에서도 조류충돌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단체는 경고했다.

단체는 최근 수라갯벌 위를 날며 훈련하던 KF16 전투기에 민물가마우지가 충돌한 사례를 예로 들며, 새만금신공항이 지어지면 항공기 이동경로와 새들의 이동경로가 겹치기 때문에 치명적인 조류충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뉴스펭귄

이에 더해 단체는 조류보호구역 8km 이내에 공항 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위험감소에 관한 기준 제27조(공항주변의 부적합한 토지이용 방지) 3항'에 따라 새만금신공항 부지 선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새만금 갯벌 중 수라갯벌은 새만금 지역의 핵심지역이다. 수라갯벌 보존은 100년 미래의 보물을 남김으로써 정부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수라갯벌 보전을 호소했다.

(사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