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이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없다

  • 손아영 기자
  • 2021.12.02 13:52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아낌없이 주는 나무


[뉴스펭귄 손아영] 인간은 식물과 비슷하다. 충분한 영양분 섭취와 휴식으로 성장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과는 다르다. 식물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한다. 반대로 인간은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오염시키면서도, 그저 아낌없이 받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밑동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온 ‘자연의 시간’을 깊이 있게 관찰해 볼 때다.

 

 

생태계 파괴하는 예쁜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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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과일이든 식물이든 특정 품종만 사랑하게 되면 시장도 그렇게 움직인다.
크고 예쁜 것만이 아니라 작고 못생긴 것도 좋아하는 다양한 기호와 시각이 필요하다.”

-212p-

마트에 가면 알록달록 쨍한 색감의 과일과 야채들이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예쁜 모양을 갖추며 완성된 과일만이 매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못난이 과일∙야채들은 어디로 갈까? 정답은 ‘모두 버려진다’.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 레페드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 전체 음식 폐기물 중 시장에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자재는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이 음식물쓰레기는 자연스레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생물다양성 소실이 야기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 지역에서 잘 팔리는 상품만 키우기 위해 단일품종을 재배하게 되면, 바이러스병이 발생할 경우 그 지역 전체가 피해를 받아 식량공급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이 종자를 개량해 재배한 식물은 야생종에 비해 병충해에 대한 면역력이 낮다. 야생종은 스스로 병충해와 싸워가며 이겨낼 힘을 기르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에 불과한 걸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구하는 버섯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생태계에서 버섯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 ‘자연의 분해자’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버섯이 없다면 멧돼지, 소나무는 물론 작은 새나 곤충의 사체가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을 것이다.”

-200p-

요즘 버섯이 기후위기의 대응책으로 뜨고 있다. 버섯은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발암물질인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숲 속 균사체로서 생태계의 삶과 죽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식물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버섯과 같은 균사체가 그 사체의 분해를 돕는데, 이들이 모두 분해되어 흙이 되면 또 다른 식물을 키워 내는 거름이 된다. 그렇게 숲의 생태계가 지속된다. 5세대 원예사인 낸시 클렘(Nance Klehm)은 균사체가 자연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토양을 정화시킨다고 말한다. 균사체가 흙의 수분을 유지시켜 부드러움과 흡수성을 주며, 영양소를 여기저기에 보내고 탄소를 저장하며 오염 물질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버섯에게 사과를 건네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나무 주변에 자라난 버섯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살아낸 시간만큼 자연을 오염시키며 그에게 막중한 임무를 떠맡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꿀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곤충과 식물의 오랜 유대 관계는 서로에 대한 ‘필요’보다는 ‘신뢰’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인간도 다른 생명 존재들과의 신뢰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44p-

‘꿀벌이 사라지면 3년 내에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던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유엔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종 가운데 40%인 8000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 꿀벌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줄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꿀벌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모두 인간에게 있다. 인간이 만든 무선장비의 전자기파로 인해 벌들이 길을 잃어 둥지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지구가열화로 인한 고온현상과 농약 등의 화학물질로 폐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0년 한국에서도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으로 토종 꿀벌 75%가 폐사되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이 전염병이 크게 번진 이유를 ‘이상기온’으로 꼽았다. 꽃과 꿀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존을 이어온 것처럼, 우리도 벌들과의 공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자연을 찾는 이유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우리는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자연’을 떠올린다. 자연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압박과 잡음이 없고 여유와 평화만이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관용과 장엄함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자연의 소중함을 인지한다. 결국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소중한 것을 잃지 말라’는 자연의 가르침이자 경고가 아닐까.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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