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급할수록 돌아가라
[펭귄의 서재] 급할수록 돌아가라
  • 손아영 기자
  • 승인 2021.11.2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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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뉴스펭귄 손아영] 파도가 좋은 날 직원들이 서핑을 가는 회사가 있다.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옷의 주인공,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의 수장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건강한 성장 안에는 사람과 지구가 있다. 뒷마당의 낡은 헛간에서 시작해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된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을 함께 살펴보자.

 

 

최고의 제품은 끊임없는 질문으로 완성된다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사명 선언의 첫 부분인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이며 사업 철학의 초석이다. 여기서 ‘최고’는 가장 좋은 것들 중 하나, 혹은 특정 가격대에서의 최고가 아닌 모든 면에서의 최고를 뜻한다. 파타고니아 디자이너들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총 20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살핀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먼저 세탁과 관리가 쉬운지, 내구성과 다기능성을 잘 갖추었는지를 묻는다. 이본 쉬나드는 아무리 비싸고 좋은 셔츠라도 쉽게 빨 수 없다면 사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품질의 기준을 제시한다. 단순히 좋은 소재가 쓰인 옷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갖춘 튼튼한 옷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진짜 고품질의 옷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수선은 환경보호를 위한 급진적 활동”이라며, 수선의 가능성 유무도 체크리스트에 포함했다. 정말로 좋은 옷을 만들었다면, 이것을 오래 입게 만드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최고의 제품인 것이다.


촘촘한 관계가 튼튼한 옷을 만든다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이본 쉬나드는 사업을 ‘경주’라고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의류 브랜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생겨났고,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템을 들고나와도 다른 제품과 겹치기 마련이다. 결국, 누가 가장 먼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가져다주느냐가 승리의 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머리 속으로, 서류상으로 고민하며 앉아있는 것보다는 일단 한 발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발명’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다른 이들보다 먼저 새로운 직물이나 공정을 ‘발견’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중요한 경주에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는 공정 한 부분의 책임이 다른 라인까지 단계적으로 전달되는 ‘동시적 접근법(concurrent)’을 활용한다. 제작자가 처음부터 제품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이해하고, 반대로 디자이너가 어떤 제작 과정이 뒤따르는지 이해할 때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나은 제품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파타고니아는 생태계의 한 부분이 망가지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는 지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죽은 행성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사진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뉴스펭귄

1970년,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공급업체가 됐다. 하지만 그 성과는 환경 파괴의 장본인이 되는 길의 시작이기도 했다. 등반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암벽으로 몰렸고, 연약한 크랙에 경강 피톤을 반복적으로 박고 뺀 탓에 암벽은 흉하게 망가졌다. 결국 이본 쉬나드는 피톤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대신 피톤을 대체할 수 있는 초크를 만들었다. 그는 이 제품을 소개하며 ‘클린 클라이밍’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등반가가 초크를 사용해 이동할 경우 바위에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제품을 제조하는 데 따르는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지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환경 피해를 바로잡고 대비하는 일에까지 관여했다. 그는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는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워의 말을 인용하며, 물건을 만드는 모든 이들이 선(善)을 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을 갈구한다. ’업글인간’, ‘자기계발’ 등의 트렌드 키워드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반대로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는 등 현대인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누리는 기술의 성장과 풍요에 속도가 붙은 만큼 환경 또한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지속 가능한, 건강한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멸종위기종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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