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기내 화물칸에 실려 실험실 가던 원숭이떼 비극적 죽음

  • 이후림 기자
  • 2021.11.24 13:01
캄보디아 실험용 원숭이 사육시설에 갇혀있는 동물들 (사진 AfP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실험실에서 진행될 연구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던 원숭이들이 기내 운송상자에서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비영리 영장류보호단체 액션포프라이메이트(Action for Primates/AfP)는 연구목적으로 캄보디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던 게잡이원숭이 일부가 기내 화물칸 안 운송상자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단체는 원숭이 죽음이 "충격적이고 비극적"이라며 항공사에 실험용 동물 운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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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14일 게잡이원숭이 720마리가 스페인 전세항공사 와모스항공 EB998편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미국 휴스턴으로 가던 중 발생했다.

정확한 사망 개체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720마리 모두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단체에 따르면 동물들은 출발지에서 지연된 3시간, 환승을 위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정지한 6시간을 포함한 총 24시간 동안 화물칸 내부 비좁은 운송상자에 감금돼 있었다.

수출되는 실험용 원숭이들은 일반적으로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작은 운송상자에 실려 화물로 취급된다. 단체는 운송상자 안에서 동물들이 열악한 환기, 낯설고 시끄러운 소음, 극심한 온도와 습도를 견뎌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에 걸리거나 죽게 되는 일은 다반사고 도중에 지연이라도 있을 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공항에서 환승하는 실험용 원숭이 사례 (사진 AfP 페이스북)/뉴스펭귄
비행기 화물칸에 실리기 전 원숭이 운송상자 사례 (사진 AfP 페이스북, Cruelty Free International)/뉴스펭귄

AfP 공동설립자 사라 카이트(Sarah Kite) 대표는 "인간이 아닌 영장류를 친숙한 환경과는 거리가 먼 작은 상자에 가둔 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지 않고 전 세계를 가로질러 긴 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연구용 원숭이들이 기내 화물칸에서 죽어나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세부 사항이 공개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중 불안과 스트레스가 감염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동물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복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질병의 시작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와모스항공이 연구를 위한 잔인한 세계 무역 일부를 거부하는 항공사들에 합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에 원숭이를 수입한 시설로 알려진 엔비고(Envigo)는 독성테스트를 수행하는 회사로 대안이 없거나 연구가 필요할 때만 실험용 동물을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캄보디아 실험용 원숭이 사육시설 (인디펜던트 보도영상 캡처)/뉴스펭귄

한편 게잡이원숭이는 비인간 영장류 가운데 실험용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주요 수입국이자 활용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2019년 캄보디아에서 게잡이원숭이 8571마리를 수입했으며 2020년에는 2배에 가까운 1만 5664마리를 수입했다.

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게잡이원숭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적색목록 보존상태를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에서 '취약(VU, Vulnerable)' 종으로 상향했다. 표기된 위협 원인 중에는 '실험실 연구를 위한 국제 무역'이 포함됐다.

게잡이원숭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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