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얼룩말 피부는 무슨 색일까?

  • 이후림 기자
  • 2021.11.22 14:23
얼룩말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고유 무늬를 가진 얼룩말 피부는 검은색일까, 흰색일까.

오늘날 지구상에는 그레비얼룩말(Equus grevyi), 사바나얼룩말(Equus quagga), 산얼룩말(Equus zebra)까지 총 3종 얼룩말이 현존한다.

이들 3종은 각각 서로 다른 고유의 줄무늬 패턴을 가진다. 또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마치 인간 지문처럼 모두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일부는 줄무늬 어두운 부분이 검은색 또는 갈색을 띠고, 또 일부는 몸에 줄무늬가 있으나 다리에는 없는 식이다. 지금은 멸종된 사바나얼룩말 아종 콰가얼룩말의 경우 머리, 갈기, 목에 최소한의 줄무늬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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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가진 얼룩말 본래 피부색은 무엇일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동물색상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진화생태학자 팀 카로(Tim Caro) 교수는 얼룩말의 다양한 패턴과 색상에도 불구하고 모든 얼룩말은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룩말 피부는 검은색이다. 

팀 카로 교수는 "사실 대부분 얼룩말 몸은 어두운 부분보다 밝은 부분이 많다. 특히 이들 배 부분은 보통 밝은 색을 띤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흰색 피부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들 피부는 검은색이다. 얼룩말은 흰색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이라고 말했다.

Longleat Safari & Adventure Park에서 촬영된 탈모가 진행 중인 얼룩말 (사진 Paradoxurus)/뉴스펭귄

다만 얼룩말 털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털 색소를 생산하는 '멜라닌세포'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명확한 답의 근거는 '멜라닌세포'에서 찾을 수 있다. 멜라닌세포는 모든 동물에 존재하며 주로 피부와 머리카락에 색을 만드는 '색소'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멜라닌이 많으면 짙은 갈색, 검은색과 같은 어두운색이 되고 멜라닌이 적을 경우 금발과 같은 밝은색이 된다. 

팀 카로 교수에 따르면 얼룩말 흰 털에는 본질적으로 멜라닌이 없는 반면 검은 털에는 멜라닌이 가득하다. 흰 털 줄무늬를 구성하는 모낭에 멜라닌 세포가 없다는 것은 곧 모낭이 색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흰색은 얼룩말 피부가 만들어내는 자체 안료가 아닌 셈이다. 때문에 얼룩말 기본 피부색은 검은색으로 밝혀졌다.

검은색과 흰색 모피 아래 얼룩말 역시 검은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실제 털을 깎아 줄무늬가 없는 얼룩말은 온통 검은 피부를 가진 동물로 얼룩말인지 당나귀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다만 이들 몸에 이렇게 줄무늬가 있는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로 주목받는 것은 흡혈파리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무늬를 띄도록 진화했다는 내용이다.

흡혈파리는 동물 사이에서 치명적인 각종 질병을 전염시키는 해충이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동물 치고는 유독 얇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얼룩말이 해충파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얼룩 무늬를 띄게 됐다는 것.

5개의 패턴 러그 각각의 파리 착지율 (사진 영국왕립학회지 논문)/뉴스펭귄

여러 연구진이 이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2019년 일본 연구진이 얼룩말 무늬를 소에 그려 넣으면 흡혈성 파리 피해를 평소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영국 연구진은 흰색 또는 검은색 천에 비해 얼룩무늬 천을 덮은 말 위에 파리가 훨씬 덜 앉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얼룩무늬가 일으키는 착시인 '렌즈효과'를 흡혈파리가 얼룩말 위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렌즈효과는 가로방향으로 회전하는 무늬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다. 빨간색, 청색, 흰색을 띠며 회전하는 이발소 기둥이 그 예다. 착시효과 덕에 흡혈파리가 얼룩말 위에 제대로 앉지 못한다는 가설이다.

[퍼스트펭귄]은 뉴스펭귄이 국내 뉴스매체로서는 처음 보도하는 기사를 뜻한다. 다른 매체에서 흔히 [단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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