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염된 '좀비 파리'에게 수컷이 달려드는 이유
곰팡이 감염된 '좀비 파리'에게 수컷이 달려드는 이유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1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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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에 감염된 암컷 집파리에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 (사진 A. Naundrup et al.)/뉴스펭귄
곰팡이에 감염된 암컷 집파리에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 (사진 A. Naundrup et al.)/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곤충에 기생하는 곰팡이가 집파리를 죽인 다음, 사체에 짝짓기를 하도록 수컷을 유도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Københavns Universitet) 연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곰팡이 '엔토모프토라 무스카에(Entomophthora muscae)'는 집파리 몸을 장악해 죽인 다음, 수컷이 사체에 짝짓기를 시도하도록 끌어들인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집파리는 곰팡이에 의해 행동이 유도된다. 감염된 집파리는 식물 줄기 높은 곳이나 나뭇가지 등 눈에 잘 띄는 곳으로 간다. 그런 다음 몸에서 돋아나는 곰팡이 포자를 잘 분산시키기 위해 날개를 펼친 채 그대로 죽는다. 

곰팡이 포자는 곤충 외골격에 달라붙은 다음 포자를 발달시키면서 외피도 뚫는다. 곰팡이는 집파리의 혈류 속에 침투해 영양분을 빼앗는다. 

곰팡이에 감염돼 죽은 파리 (사진 cobaltducks/iNaturalist/CC BY 4.0)/뉴스펭귄
곰팡이에 감염돼 죽은 파리 (사진 cobaltducks/iNaturalist/CC BY 4.0)/뉴스펭귄

특히 암컷 파리의 경우 곰팡이 숙주로 죽음을 맞이한 뒤에도 이용당한다. 곰팡이는 암컷 사체에서 일반적인 암컷 파리가 짝짓기가 준비됐을 때 내뿜는 것과 유사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지나가던 수컷은 이 화학물질에 이끌러 죽은 파리에게 짝짓기를 시도한다. '죽음의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감염된 채 주변에 곰팡이를 널리 퍼뜨린다.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곰팡이에 감염된 암컷 사체에 더 많은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곰팡이가 수컷 파리를 유인하는 비결은 과일이나 꽃에서도 발생하는 옥타논산에틸(Ethyl octanoate)와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이라는 화학물질이다. 

기생 곰팡이가 포자를 퍼뜨리기 위해 곤충을 짝짓기로 유인하는 사례는 목수개미, 매미 등에게도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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