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오징어 게임에 빠져 핼러윈 쓰레기 만드는 건 말이 되고?"

  • 남주원 기자
  • 2021.10.25 14:00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오징어 게임 공식 예고편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남주원 구성ㆍ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면서 그와 관련된 각종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곧 다가올 31일 핼러윈데이(Halloween Day)까지 소비 욕구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17일(이하 한국시간) 개봉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전체 TV 프로그램 부문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의 중심에 섰다. 이달 20일 기준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Flix Patrol)'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27일째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옆 나라 중국은 덩달아 바빠졌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현지인들은 불법 시청을 일삼고 있으며 공장들은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들을 발 빠르게 찍어내는 중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 사이트인 '쿠팡'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일부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조차 중국 광저우와 심천, 안후이성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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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나오는 다양한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리며 '오징어 게임' 열풍을 실감케 하고 있다. 상품문의란에는 '핼러윈데이까지 배송 가능한가' 묻는 질문이 수두룩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mazon) 역시 핼로윈데이에 발맞춰 '오징어 게임' 관련 아이템을 대거 내놓고 있다. 이미 품절된 상품만 여럿이다.

'오징어 게임' 출연자들이 입은 추리닝부터 프론트맨이 쓴 가면까지, 아마존닷컴에서 팔리고 있는상품 (사진 '아마존' 상품 판매 페이지 캡처)/뉴스펭귄

1.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이 입은 빨간 점프수트, 마스크, 장갑 세트. 24.99달러(약 2만 9000원). 극 중 진행요원 계급을 나타내는 ○, △, □ 모양 중 구매자가 원하는 가면을 택할 수 있다.

2.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녹색 운동복 세트. 42.99달러(약 5만 원). 배우 이정재 씨가 입은 456번, 박해수 씨가 입은 218번, 오영수 씨가 입은 001번, 정호연 씨가 입은 067번 등 다양한 번호가 새겨져 있다.

3. 상·하의에 진행요원 계급 모양(○, △, □)이 새겨진 빨간 운동복. 36.99달러(약 4만 3000원)

4. 진행요원 가면. 세트 대신 가면만 따로 판매해 가격은 11.99달러(약 1만 4000원)로 더 저렴하다.

5.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고서 움직임이 감지된 참가자는 모조리 쏴 죽이는 거대 인형 가면. 16.99달러(약 2만 원).

6. 5번과 동일한 거대 소녀 인형이 입은 의상. 노란 반팔 티셔츠에 주황색 원피스. 11.99달러(약 1만 4000원). 

7~8. 각각 극 중 프론트맨이 착용한 검은 마스크와 방수용 롱 후드코트. 순서대로 15.99달러(약 1만 9000원), 44.99달러(약 5만 3000원).

그 외에도 국내외 쇼핑 사이트에서는 달고나 키트, 딱지, 구슬 등 '오징어 게임' 스토리상 중요하게 작용한 다양한 소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아마존', '쿠팡' 상품 판매 페이지 캡처)/뉴스펭귄

문제는 이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진 각종 물건들이 핼러윈데이 직후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 시작돼 지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적인 축제가 된 핼러윈데이는 매년 그맘때쯤 화제를 모은 대상이나 유행을 반영한다. 따라서 일 년에 단 하루 즐기고 버려지는 의상과 장신구가 부지기수다.

지난 2019년 영국 자선단체 페어리랜드 트러스트(Fairyland Trust)와 환경단체 허법(Hubbub)이 핼러윈데이 직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영국 내 판매되는 핼러윈 의상에서만 2000t 이상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코카콜라 플라스틱 통 8300만 개에 달하는 수치다. 

(그래프 'Halloween Clothing & Costumes Survey 2019' Fairyland Trust·Hubbub)/뉴스펭귄
(표 'Halloween Clothing & Costumes Survey 2019' Fairyland Trust·Hubbub)/뉴스펭귄

영국 주요 소매업체 19곳에서 팔리는 의상 소재 중 83%가량이 유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추후 쓰레기 매립지나 바다에 버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핼러윈 코스튬에서 가장 흔하게 나온 플라스틱 기반 소재는 폴리에스테르(폴리에스터)였는데 전체의 약 69%를 차지했다. 면은 약 10%, 식물 기반 대체 섬유는 고작 6% 정도에 그쳤다.

단체가 인용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매년 3000만 명이 넘는 영국인들이 핼러윈데이를 위해 분장하며 700만 개에 달하는 핼러윈 코스튬이 버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활용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스튬 의류 제조에 투입되는 재료 중 13% 미만이 재활용됐고, 직물의 1%만이 새 옷으로 재활용됐다.

미국의 경우는 또 어떤가. 세계 최대 소매 연맹인 내셔널 리테일 페더레이션(National Retail Federation, 이하 NRF)은 매년 미국에서만 1억 7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핼러윈데이를 기념하며 그 중 약 68%가 핼러윈 코스튬을 구매한다고 조사했다. 하지만 의상 중 대다수가 다음 핼러윈데이 전에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해외 환경단체들은 의상 뿐만 아니라 장식품이나 합성 가발, 장난감, 화장품, 양동이, 식품 포장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핼러윈데이 때 실제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이 같은 추정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코스튬 시장까지 급부상했다. 게다가 핼러윈데이 하이라이트인 잭-오-랜턴(속을 파낸 호박에 도깨비 얼굴을 새긴 등)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수많은 호박들, 즉 음식물 쓰레기도 무시 못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영국에서 연간 생산되는 호박 1000만 개 중 95%가 핼러윈 시즌에 사용되고 대부분 쓰레기로 폐기처분 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약 1만 8000t에 달한다.

글로벌 환경친화 기업인 월드 센트릭(World Centric)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연간 생산되는 약 90만t 호박 가운데 상당수가 핼러윈에 잭-오-랜턴으로 사용된 후 쓰레기로 폐기처분된다.

이처럼 일명 '핼러윈 쓰레기'가 낳은 환경오염 및 낭비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핼러윈 관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그림 'National Retail Federation'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그래프 'National Retail Federation'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NRF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핼러윈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 총 지출은 지난해 80억 5000만 달러(약 9조 4853억 원)에서 올해 사상 최고치인 101억 4000만 달러(약 11조 947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는 올해 핼러윈데이를 위해 1인당 평균 102.74달러(약 12만 원)를 지출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보다 증가한 수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 수준과 비슷하다.

이하 2018년도 핼러윈데이 시즌 이태원 (사진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폐기물관리팀 신민철 주무관 제공)/뉴스펭귄
(사진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폐기물관리팀 신민철 주무관 제공)/뉴스펭귄

국내에서는 핼러윈데이하면 용산구 이태원이 대표적이다.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폐기물관리팀 신민철 주무관은 22일 뉴스펭귄에 지난해 핼러윈데이 쓰레기 처리 결과 및 최근 몇 년간 현장 사진을 직접 제공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저 즐겁게 놀면 끝인 핼러윈데이가 이들에게는 흡사 '전장에 나가는 날'인 듯했다. 지난해 폐기물관리팀은 핼러윈데이 하루 전날인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총 4일간 이태원관광특구, 세계음식문화거리, 엔틱가구거리, 퀴논거리, 경리단길, 해방촌 일대 등 주요 간선 및 이면도로 청소를 실시했다.

1일 기준 투입되는 인원만 약 40명으로 직영 미화원, 관내 청소 대행업체, 365청결기동대가 5개반으로 나눠 함께 작업했다. 재활용 수거차량, 노면청소차량, 물청소차량 등 차량 19대도 투입됐다.

위에서부터 2020년 핼러윈데이 조간, 야간 청소 순찰 현장 (사진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폐기물관리팀 신민철 주무관 제공)/뉴스펭귄

핼러윈데이 시즌이 되면 폐기물관리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사전 점검부터 시작해서 인력 및 차량 지원 요청 등 작업은 물론, 조간·야간조를 편성해 청소 순찰을 실시한다. 조간 순찰조는 주요장소 청소 순찰 및 미수거 쓰레기 처리 요청을 하고 야간 순찰조는 인구밀집지역 내 쓰레기 적치상태를 확인한다. 

지난해 순찰조는 이태원역 인근 대로변 및 관광특구 내 빈병 및 종이류(박스) 등 미수거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한 뒤 쓰레기 잔재 등을 청소했다. 아울러 주요 간선 및 이면도로 물청소를 실시했다.

올해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신 주무관은 "지난해 핼러윈데이에는 사람들이 담배꽁초, 병, 캔 등을 길거리에 무단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올해는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쓰레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버려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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