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프레온가스의 위협, 한국 과학자의 경고 (영상)

  • 임병선 기자
  • 2021.10.21 17:13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국내 과학자가 화합물로 인한 기후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박선영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카오스재단이 개최하는 강연회 '과학의 희열 2회'에 강연자로 등장했다. 그는 프레온가스 완전 금지 이후에도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가 증가했던 이유를 해설하고, 프레온가스를 개량한 신세대 물질이 가진 온실효과에 대해 경고를 전했다.

프레온가스로 흔히 불리는 염화플루오린화탄소(CFCs)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기체다. 단열재나 스프레이 등에 흔히 쓰였던 화합물이다. 대기 중에 배출되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밝혀져 1989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의해 규제 대상이 됐고, 2010년을 기점으로 신규 생산이 전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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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 과학자들은 2010년 이후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2013년부터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가 증가했다. 이런 증가 추세는 2018년 5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2019년 5월, 박선영 교수는 제주도 수월봉에 위치한 고산 기후관측소와 일본 하테루마 섬 기후관측소 자료를 활용해 중국 동부에서 프레온가스 신규 배출이 있었다는 확증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이 배출원이라는 실마리는 있었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였다. 

박 교수는 강의에서 "2시간마다 고산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를 보면 2013년을 기점으로 오염농도가 증가한다"며 "이는 고산 관측소로 유입되는 공기가 거쳐오는 경로 중 프레온가스를 배출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와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화학자 등 연구진은 고산 기후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 추세를 호주 태즈매니아섬, 유럽 아일랜드 등 전 세계 각지 대기관측소의 것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제주도 고산 기후관측소, 대만 바로 동쪽에 위치한 일본 하테루마 섬 관측소에서만 프레온가스 농도 증가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역추적 기법을 활용해 프레온가스 배출원이 중국 동부임을 밝혀냈다.

프레온가스는 주로 건물을 지을 때 단열재로 활용됐기 때문에 중국에서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프레온가스가 배출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 연구진이 중국 내 건물에 포함된 프레온가스 양을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가 한번에 철거됐을 때 프레온가스가 발생하더라도 연구진이 확인한 2013년 이후 프레온가스 배출량보다 현저히 적었다. 즉 중국에서 프레온가스가 새롭게 생산됐다는 의미다.

(사진 NASA)/뉴스펭귄

이어 박선영 교수는 합성 물질에 의한 환경 파괴 위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새로운 합성 온실기체인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이 등장했다. 

박선영 교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물질들은 오존층은 파괴하지 않게 고안됐지만, 온실효과가 강력한 온실기체로 작용한다. 특히 수소불화탄소의 경우 프레온가스를 대체하는 냉매용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 대기 중 수소불화탄소 농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1997년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각국에 합성 온실기체 3종에 대한 생산량 보고 의무를 지웠다. 2016년에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개정한 키갈리 개정의정서가 나옴에 따라 점차적으로 3종 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더해졌다. 당사국들은 2024년부터 수소불화탄소 사용을 규제하고 2045년까지 8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대기 중 오존층 파괴 물질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냉매 물질을 가공해 신세대 냉매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나오는데, 동아시아는 수소불화탄소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사용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프레온가스 금지 이후에도 불법 배출이 이뤄지고, 새로운 화합물로 인해 기후위기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국제 협정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배출량이나 대기 중 합성 온실기체 농도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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