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아는 포도, 모르는 이야기

  • 손아영 기자
  • 2021.10.24 00:05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아는 포도, 모르는 이야기


[뉴스펭귄 손아영 기자] ‘포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단연코 ‘여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대부분 포도주가 아닌 과일로 먹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지구상에서 생산된 포도는 포도주로 활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한 고대 로마에서는 포도가 신분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으며, 이집트에서는 ‘부활’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즐겨먹는 포도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지금부터 포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포도야, 넌 어디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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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포도는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기 전부터 스스로 자라나고 있었다. 포도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손을 거치기 시작한 때는 야생에서의 채집·수렵 문화가 탄생한 신석기였다. 야생 포도 자체로도 수확이 가능했지만 재배의 과정을 거칠 때 더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했고, 야생 포도로 만든 포도주는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열매가 크고 즙이 많으며 단맛이 강한 포도 품종을 골라,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재배에 공을 들였다.

 

“포도야, 넌 언제 가장 맛있니?”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포도는 ‘테루아’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 테루아(terroir)란 기온과 강수, 일조량 등 포도밭의 자연조건을 의미한다. 이상적인 테루아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기에 농장주들은 지역의 조건에 맞는 최적의 테루아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포도는 겨울에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여름에 고온 건조한 기후가 나타나는 지중해성 기후에 잘 적응하는 식물로, 포도재배에 적합한 연평균 기온은 11~16도 사이이다. 일조량은 포도송이에 공급하는 당분의 양을 결정하는데, 완전히 익기까지 약 1200시간에서 1600시간을 필요로 한다. 연강우량은 500~600mm가 가장 적절하다. 연강우량이 1000mm 이상이면 우기에 포도가 부패하거나, 배수가 잘되지 않는 흙에서는 포도의 뿌리가 쉽게 썩는다.

 


“포도야, 넌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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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를 보면 기후변화를 알 수 있다. 미국의 항공 우주국(NASA)과 하버드대학 공동연구팀이 1600년에서 2007년까지의 포도 수확 시기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세기 중반부터 포도 수확이 일찍 시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래 포도 수확시기에는 적당한 가뭄이 이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지구가열화가 불러온 기후변화 탓에 가뭄 없는 이른 수확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전세계의 포도주 농장주들은 병충해보다 기후변화를 더 무서워하게 되었다. 양조용 포도는 기온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당도와 산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아 재배하기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기온이 변화하고 폭우·폭설이 지속되면 농장주들이 지금껏 유지해온 테루아(terroir) 또한 끊임없이 바뀌어야 하므로 기존의 포도 품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우리는 포도를 먹으며 달콤함을 채우고, 와인을 마시며 순간의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가 지속된다면 영원히 그 기쁨을 누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곧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는 말을 되새기며 눈 앞에 있는 음식의 기원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책, 『포도야, 넌 누구니』였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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