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자신있게 공표한 2025년 일회용컵 제로화

  • 이후림 기자
  • 2021.10.18 16:08
글로벌스타벅스 50주년 다회용컵 (사진 스타벅스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이후림 구성ㆍ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 대한민국 커피 문화의 기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대형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리유저블컵(이하 다회용컵) 증정 행사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을 피하지 못했고, 스타벅스 파트너 매장 업무 과중과 처우·임금 문제, 잦은 프로모션 및 MD(기획상품) 출시까지 도마에 올랐다.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서도 스타벅스는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활용 및 퇴비화 가능한 종이컵 등 실행 가능한 친환경 해결책이 상용화됐음에도 불구, 이를 구현하지 않고 있으며 2008년 약속한 친환경 종이컵 사용 정책 기한 또한 몇 차례 번복하면서 계속해서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2배로 늘리겠다던 컵 및 포장재 재활용, 퇴비화 가능성을 2년 뒤인 2022년까지 하겠다고 번복했다.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4월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일회용컵 사용을 '제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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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로 정책 발표에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앞서 화제가 됐던 다회용컵 논란을 포함해 왜 국내 스타벅스는 유독 MD 출시가 이토록 잦은 것인지 스타벅스코리아에 그 이유를 물었다.

스타벅스코리아 홍보팀 측은 "미국에서는 종이컵을 친환경적인 재질로 만드는 정책을 시행 중이고 한국에서는 일회용컵 '제로화'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15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관련 정책 및 계획은 마켓 상황에 따라 각 나라 매장별로 다를 수 있다. 2025년까지 '일회용컵 없는 매장' 전 지점 확대 운영 계획을 발표한 나라는 한국이 첫 사례"라고 했다.

그렇다면 첫 사례이자 유일한 정책을 내세운 스타벅스코리아 일회용컵 '제로화' 정책은 과연 현실 가능한 방침일까?

관계자는 "목표를 달성하고 세부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각 부서가 노력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일회용컵 사용 제로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어 현재 제주 지역 4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하반기 중 제주 지역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년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지속 확대해 2025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해당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

스타벅스코리아가 추진하는 일회용컵 없는 매장은 미국처럼 퇴비화 가능한 컵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회수해 세척, 소독 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또 회사는 향후 정형화된 프로모션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50주년 다회용컵 제공 행사에 이어 12일 핼러윈데이 MD를 또다시 출시하면서 거세진 그린워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 스타벅스코리아 핼러윈 MD (사진 스타벅스 홈페이지)/뉴스펭귄

미국 환경보호단체 클린워터액션에 따르면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는 분당 일회용 종이컵 8000개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된 컵 상당량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벅스는 최근 전 세계 가장 핫한 이슈인 기후위기 및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관련 친환경 마케팅 선두에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 국내 업계 최초로 종이 빨대를 도입했고,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다회용컵을 가져가면 300원 할인이나 에코별을 적립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또 지난 7월부터는 제주에 위치한 스타벅스 4개 매장을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지정했다.

실제 스타벅스는 국내 동종업계와 소비자에 친환경적인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당연하게 여기던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지를 널리 알렸고 다양한 혜택을 통해 고객이 친환경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만들었다.

다만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친환경을 앞세워 과도한 굿즈 생산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으며 역풍을 맞았다. 구매를 자극하는 MD 상품을 과하게 출시하는 행위가 회사가 강조하는 친환경 행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제주 스타벅스 4개 지점에서 제공하는 다회용컵 (사진 스타벅스)/뉴스펭귄

스타벅스코리아 다회용컵 증정 행사는 한때 앱 접속 대기자가 1000명을 넘기는 등 다회용컵을 받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컵 대란'을 일으켰다. 이 다회용컵은 '한정판 굿즈'로 평가받으며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당 2500~3500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라는 인식을 주던 스타벅스 다회용컵은 권장 사용 횟수가 20여 회에 불과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소비자는 '스타벅스 그린워싱에 또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여기에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국내 이벤트가 해외 일부 국가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돼 논란이 거세졌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다회용컵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 컵을 가져오면 음료를 공짜로 나눠주거나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식이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그린워싱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스타벅스 측의 다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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