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국가 중 한국 기후대응 평가 '처참한 수준'

  • 남주원 기자
  • 2021.10.14 13:00
(사진 Climate Transparency Report)/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한국의 기후대응이 G20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다.

국제 환경 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G20 국가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다양한 부문에서 평가·분석한 '2021년 기후투명성 보고서'를 14일 오후 1시(한국시간) 발표했다.

기후투명성은 16개 싱크탱크와 NGO가 참여해 G20 국가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G20 국가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야심찬 기후행동을 장려하고 여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적 논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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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 산업과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 주면서 온실가스 배출에도 일시적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6% 감소했던 G20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해 만에 다시 4%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기후투명성은 국제사회가 지금 당장 긴급하고 획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9~2021년 G20 국가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GDP 변화 (사진 Climate Transparency Report)/뉴스펭귄

한국은 재생에너지 성장과 탄소중립기본법 마련 등 성과를 거뒀음에도 여전히 기후대응에 있어서 미진한 성적을 받았다. 

이번 보고서는 상향 전 한국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준으로 발간됐다. 앞서 8일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안을 새롭게 발표했다. 

먼저 보고서는 NDC 및 현 정책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기후대응 수준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78MtCO2e수준으로 줄여야만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지금보다 더욱 과감한 기후대응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했던 한국의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은 올해 4.7%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G20 평균 반등 폭인 4.1%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은 공식적인 탈석탄 연도를 설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가운데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천연가스 소비량은 17%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12% 상승한 G20 평균보다 높다. 

기후투명성은 "한국 정부가 기존 석탄발전소 대부분을 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을 하면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전 부문에서 한국은 지난해 수력·바이오매스·폐기물에너지 등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비중 7.2.%를 나타냈다. 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나, 여전히 G20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인 28.7% 대비 4분의1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은 4배 이상 성장했으나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0.6%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 전력계통의 한계, 바이오매스에 대한 지속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이 저조한 재생에너지 보급 원인으로 꼽혔다.

G20 국가별 발전 부문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과 2015~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 변동폭 (사진 Climate Transparency Report)/뉴스펭귄

보고서는 코로나19로부터 녹색회복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을 '기회를 놓친'(missing opportunities) 국가로 평가했다. 

한국은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G20 국가 중 영국에 이어 GDP 대비 두 번째로 큰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 이 중 30% 이하만을 녹색회복에 썼다. 특히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주력해온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G20 중 한국은 공적금융을 통해 화석연료에 세 번째로 큰 투자를 하는 국가다. 2018~2019년 매년 약 4억 9500만 달러(약 5884억 원)를 석탄에 투자했고, 약 75억 달러(약 8조 9152억 원)를 석유와 천연가스에 투자했다. 1위는 일본, 2위는 중국이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8tCO2e로, G20 평균인 7.5tCO2e 대비 2배 가까이 된다.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G20 1인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0.7%씩 감소한 반면 한국은 3%씩 증가했다. 또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G20 평균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투명성 보고서는 한국이 실효성 있는 기후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력계통 개선 ▲LNG 발전 의존도 줄이기 ▲탄소중립 에너지 확대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 등을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 공동저자로 참여한 기후솔루션 한가희 연구원은 “G20 국가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되돌림이 있었다”라며 “특히 지난해 보고서 발간 이후로도 한국은 기후행동에 있어서 유의미한 개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G20과 비교해 여전히 뒤처져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투명성 사무국 대변인 게르트 라이폴드(Gerd Leipold) 박사는 "한국이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노리고 OECD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기대가 높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기후행동은 G20 국가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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