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계에 부는 ‘내추럴’ 바람, 그건 친환경 와인인가?

  • 임병선 기자
  • 2021.10.14 16:43
국내 소매업체에서 판매 중인 내추럴 와인 (사진 독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최근 와인 소매업체, 와인바, 음식점 등에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열풍이 불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내추럴 와인 해시태그(#내추럴와인)를 포함한 게시물 통계만 살펴봐도 2019년 1월 기준 1만 2000여 개에서 2021년 10월 기준 18만 1100여 개로 급증했다.

실제 와인 소매업체는 내추럴 와인 코너를 따로 신설하고, 대형 수입사는 내추럴 와인 종류를 늘리거나, 카페는 내추럴 와인을 구비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한 와인 소매업체 관계자는 "확실히 예전보다 내추럴 와인을 찾는 사람이나 소비가 늘었다"고 13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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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내추럴 와인이라는 개념은 소비자들에게 모호하다. 기존 와인과 차이를 모르거나 친환경 와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특히 내추럴 와인이라는 명칭이 와인 병에 명시돼 있지 않아 구분도 어렵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와인 소매업체에서 판매 직원도 특정 와인이 내추럴 와인이냐고 묻자 재차 확인하고서야 답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이모(30) 씨는 "최근 와인바를 갔다가 와인을 먹게 됐는데, 검색을 해보고서야 내추럴 와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마셔봐도 이 내추럴 와인이 기존 와인과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와인에 비해 왜 비싼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내추럴 와인을 접해 본 많은 소비자가 비슷한 의문을 가진다. 

내추럴 와인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내추럴 와인으로 국내 1호 박사 학위를 받은 와인 전문가 안신희(46) 씨는 내추럴 와인이 기존 와인(컨벤셔널 와인)과 다른 점에 대해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법,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기본으로 만든 포도주다. 인위적 개입 없이 만들어진 자연주의 와인을 말한다"며 "옛날부터 있었던 스타일의 와인이며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고 다양한 와인 종류 중 하나"라고 같은 날 뉴스펭귄에 말했다. 그는 내추럴 와인 제조법이 매우 다양해 맛으로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이란 화학 비료, 농약,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포도밭 내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든 뒤 여기서 와인 제조용 포도를 재배하는 것이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달과 별의 위치를 고려한 점성술에도 기초한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매우 고가의 와인으로 꼽히는 '로마네 콩티(Romanée Conti)'가 있다. 그러나 모든 내추럴 와인이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이 철저하게 적용된 와인은 가장 최고급인 경우로 볼 수 있다.

안 씨는 일반적인 내추럴 와인이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는 이유에 대해서 "(내추럴 와인 제조 시) 모든 과정에서 화학적·인위적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데다, 제한되는 조건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내추럴 와인 제조용) 포도밭에서는 제초제, 살진균제, 농약, 화학비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수확 때도 손으로 수확하는 방법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은 모두 친환경적일까. 내추럴 와인이 친환경을 지향하는 경우는 많지만 와이너리(와인 제조사)에 따라 적용하는 공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내추럴 와인이 환경에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내추럴 와인이라는 명칭에는 엄격한 기준이 아직 없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특정 제품에 '친환경'이라는 명칭을 쓰기 위해서는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와인의 경우 거의 모든 제품이 해외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친환경 명칭을 쓸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기준이 아직은 엄격하지 않아 소비자는 자신이 마시는 내추럴 와인이 얼마나 자연적인지, 혹은 친환경에 가까운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각 와이너리들은 포도 수확물에 자신이 취득한 유기농·친환경 인증을 강조하고 있다.

안 씨는 "각 나라마다 친환경 또는 유기농 인증 기관들이 있다. 미국은 농무부에서 관리하는 유기농 인증이 있는데, 최소 3년간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원료 중 물, 소금을 제외하고 95% 이상이 유기농 성분인 제품에만 인증 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프랑스는 나뛰흐 에 프로그레(Nature & Progrès), AB(Agriculture Biologique) 등에서 유기농 인증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인증을 라벨에 명기한 내추럴 와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프랑스의 경우 몇몇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뱅 메또드 나뛰흐(Vin Méthode Nature)'라는 내추럴 와인 인증제를 운영한다. 이들이 내추럴 와인으로 인정하는 조건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손으로 수확한 포도만 사용하며, 자생 효모로 양조하고, 와인 제조 후 부유물을 제거하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아주 적은 양의 이산화황(L당 최대 30mg)을 사용하며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은 와인이다. 그러나 프랑스 외 국가에서는 아직 활동이 저조하며 모든 와이너리가 따르는 것도 아니다. 

기후위기,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컨벤셔널 와인 업계에서도 환경 파괴를 줄인 와인을 만들려 시도하고 있다. 

안 씨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컨벤셔널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의 경우 포도 재배 시 조금 순화된 정도의 유기농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법, 일명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 농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루아르 지역 '니콜라 졸리(Nicola Joly)', 알자스 '도멘 바인바흐(Domaine Weinbach)', 보르도의 '샤또 퐁테 카네(Chateau Pontet Canet)' 등이 서스테이너블 와인을 표방한다.

그는 "잡초와 해충 제거를 위해 닭·양·조류 등을 활용하고, 농업용수 절약과 토양 침식 방지를 위한 관개법 등을 실시한다"며 지역 생태계 및 야생 생물 서식지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거나, 태양 전지판으로 전력을 얻는 와이너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기농이라고 명기한 컨벤셔널 와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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