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하려 풀어놓은 토끼 13→2억 마리로 불어난 호주
사냥하려 풀어놓은 토끼 13→2억 마리로 불어난 호주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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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발견되는 토끼 (사진 Charles Lam - flickr)/뉴스펭귄
호주에서 발견되는 토끼 (사진 Charles Lam - flickr)/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인간의 결정이 생태계 파괴를 단기간에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호주에 있다.

호주는 약 160년 전 이주민이 풀어놨던 토끼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9년 영국 출신 호주 초기 이주민이 친척에게 받은 유럽 야생 토끼 13마리를 자신의 부지 안에 사냥 게임을 하려고 풀어놓은 게 사태의 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어느 순간부터 호주 야생에서 토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숨을 굴과 풀만 있으면 생존과 번식이 가능한 토끼가 호주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끼는 7년 만에 4만 마리로 늘었다.

토끼는 1880년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주에 입성했고, 1886년에는 퀸즈랜드(Queensland), 1894년에는 호주 서부를 점거하며 호주 전역에 퍼졌다. 토끼는 현재 약 2억 마리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당국은 토끼 수를 제어할 방법을 찾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1900년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잡힌 토끼들 (사진 National Museum of Australia)/뉴스펭귄
1900년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잡힌 토끼들 (사진 National Museum of Australia)/뉴스펭귄

토끼가 호주 점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농부들은 토끼가 불어나자 자신들의 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 문제 해결보다는 재산 보호에 중점을 둔 결과, 미래 세대의 문제 해결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동안 당국과 호주인들이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토끼들을 사냥하고, 이후에는 한 곳으로 몰아 대량 살처분하거나, 독극물을 살포하고, 지뢰를 설치했다. 

토끼 이주를 방지하기 위해 호주 중앙부에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울타리가 건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토끼는 울타리가 완성되기 전 다른 지역으로 이미 넘어갔거나, 망가진 부분을 통해 서식지 확장을 거듭했다.

토끼를 막으려는 울타리 (사진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뉴스펭귄
토끼를 막으려는 울타리 (사진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뉴스펭귄
1938년 와당섬에서 이뤄진 토끼 독극물 살포 실험 (사진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뉴스펭귄
1938년 와당섬에서 이뤄진 토끼 전염병 발생 실험 (사진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뉴스펭귄

심지어 1950년대와 1980년대 2차례에 걸쳐 전염병까지 퍼뜨렸지만 모든 토끼를 절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점액종증이라는 바이러스를 토끼 사이에 퍼뜨렸다. 초기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토끼는 오랜 시간 살아남으면서 내성을 발달시켰다.

포식자가 없는 상태로 끊임없이 늘어난 토끼 문제는 현재도 토양 침식, 수질 저하, 목초지 파괴, 토착 동물종 교란 등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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