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오키나와 배수관 매너티' 게시물 확산, 팩트체크 해보니

  • 임병선 기자
  • 2021.10.04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일본 오키나와에서 매너티가 자주 구출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최근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확인 결과 이는 잘못된 정보로 드러났다. 

최근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 '오키나와 배수관에서 의외로 자주 보이는 생물'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져나갔다. 게시물에는 일본 공무원들이 배수관에서 매너티를 자주 구조한다는 내용과 함께 구조 과정으로 추정되는 일러스트 이미지가 첨부됐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화제가 된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주 보이는 생물'이라는 제목의 매너티 게시물.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뉴스펭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화제가 된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주 보이는 생물'이라는 제목의 매너티 게시물. 매너티는 일본에 서식하지 않는다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뉴스펭귄

확인 결과 이 일러스트는 일본 방송사 TBS 와이드쇼 프로그램 '히루오비!(ひるおび!)' 2015년 2월 방송화면 일부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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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방송사는 미국 플로리다 매너티 구조 현장을 일러스트로 소개했다. 일러스트 원작자는 '쿠메토시마사(くめとしまさ)'다.

오키나와에는 야생 매너티가 서식하지 않는다. 오키나와에는 매너티와 친척 관계인 듀공이 서식하지만 듀공이 배수관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는 일본 내 없다.

일러스트 배경이 된 실제 사건은 2015년 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일어났다. 미국 USA투데이 등 외신은 당시 플로리다 새틀라이트 해변(Satellite Beach)에 위치한 배수관에서 19마리 매너티 떼를 구조한 사례를 보도했다.

좁은 배수로에서 상처가 난 매너티 (사진 SeaWorld® Parks & 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전 위원회(이하 FWC,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는 지역 경찰, 소방서, 수족관인 씨월드(SeaWorld) 직원과 함께 매너티를 구하기 위해 굴착기로 땅을 파고 배수관을 열었다. 구조 당시 매너티는 몸을 돌릴 공간이 없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구조팀은 굴착기에 들것을 매달아 매너티를 들어 올리고, 인근 해안에 방사했다. 

(사진 SeaWorld® Parks & 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SeaWorld® Parks & 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SeaWorld® Parks & 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매너티 19마리가 떼로 배수관에 갇혔던 이유는 한파 때문이었다. 새틀라이트 해변 인근 수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매너티가 따듯한 물을 찾다가 배수관으로 향한 것이다. 당시 FWC 측 해양생물학자가 날씨를 보고 매너티가 배수관에 들어왔을 것을 우려해 직접 당국에 전화를 걸었던 덕에 매너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너티가 배수관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플로리다에서 종종 보고되지만 이처럼 떼로 갇힌 경우가 드물어 당시 화제가 됐다. 도시 당국은 구출 직후 매너티 떼가 들어온 배수구를 창살로 막아 조치했다.

매너티는 온순한 해양 포유동물로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배수관에서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18년 4월에도 도시 대로 한가운데 있는 배수관에서 매너티가 구조됐으며, FWC도 자주 배수관 속 매너티 구조 소식을 전한다.

한편,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언급한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매너티는 아프리카매너티다. 구조 대상이 된 매너티는 미국 남동부 해안 멕시코 등 남미에 서식하는 서인도제도매너티로 게시물 속 설명은 오류가 있다.

서인도제도매너티와 아프리카매너티, 오키나와에 서식하는 듀공은 셋 다 멸종위기종으로 각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됐다.

[퍼스트펭귄]은 뉴스펭귄이 국내 뉴스매체로서는 처음 보도하는 기사를 뜻한다. 다른 매체에서 흔히 [단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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