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을 의수처럼 사용" 윗부리 없는 앵무새의 몸단장

  • 조은비 기자
  • 2021.09.16 08:28
혀와 아랫부리를 사용해 조약돌을 잡고 있는 브루스 (사진 'Self-care tooling innovation in a disabled kea' 논문)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윗부리를 잃은 앵무새가 도구를 사용해 몸을 단장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위기'(EN, Endangered) 등급에 속하는 케아앵무는 영리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케아앵무가 도구를 사용해 상자를 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장애를 가진 개체가 도구를 의수처럼 사용해 몸관리를 하는 것은 처음 관찰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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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 연구팀은 월로우뱅크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케아앵무 '브루스'가 혀와 아랫부리 사이에 자갈을 넣어 깃털을 다듬는데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를 1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

아말리아 바스토스(Amalia Bastos) 연구원은 "브루스가 주운 조약돌은 다른 케아앵무들이 주웠던 것과 달랐고, 항상 일정한 크기였다. 의도적으로 윗부리를 대체해 자신을 관리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는 2013년 어린 나이에 윗부리가 사라진 채 발견됐다. 윗부리가 없으면 깃털을 다듬으며 기생충, 오물을 제거하기 어렵다. 큰 장애를 얻게 된 것이다. 연구팀 측은 브루스가 쥐덫 등에 의해 부리를 잃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브루스가 도구를 사용해 몸단장을 하는 것이 발견되자 연구팀은 브루스의 행동이 단순한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9일간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브루스의 행동이 뚜렷한 자기관리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다양한 증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이 찾아낸 증거는 이렇다. 브루스가 조약돌을 집은 경우 90% 이상은 몸을 다듬는데 사용했고, 조약돌을 떨어뜨린 경우의 95%는 조약돌을 회수하거나 교체해 다시 몸을 다듬었다. 또 무작위로 자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몸을 다듬기에 알맞은 일관된 크기의 돌을 선택했다.

브루스가 몸단장에 사용한 돌맹이들 (사진 'Self-care tooling innovation in a disabled kea' 논문)

이 밖에도 다른 케아앵무들을 함께 관찰했을 때 이들은 조약돌을 몸을 다듬을 때 사용하지 않았고, 돌을 집더라도 브루스가 고르는 돌과 크기가 다른 돌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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