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물이 된 스테인리스 그릇, 인간이 된 재생 목재

  • 남주원 기자
  • 2021.09.22 00:05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해마다 쓰레기 배출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2019년보다 13.7% 늘어난 1998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됐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진행 중인 '리사이클링 아트 플레이'(Recycling Art Play) 전시는 환경을 생각하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현시점에 맞춰 재활용품을 이용한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리사이클링 아트는 단어 뜻 그대로 '재활용 예술'을 뜻한다.

하루에도 몇 개씩 사용하는 비닐봉투, 고물상에서 가져온 밥그릇과 수저, 건설현장에 버려졌던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다시 사용되는 목재까지. 생활 속 쓰레기와 폐자재, 재생재료는 이병찬·심이성·이송준·이시영 작가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 측은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 예술 활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변화를 꿈꾸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며 "건강한 지구를 위한 생활실천은 나와 우리부터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기간은 2021년 9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다. 뉴스펭귄은 1편에서 이병찬·심이성 작가, 2편은 이송준·이시영 작가로 두 편에 걸쳐 해당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재생된 오브제들이 보여주는 예술적 변태를 함께 감상해보자.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자센터 2층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마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올 법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위 '스뎅'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리스가 야생동물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수저·젓가락·그릇 등 식기류는 과거부터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부엌 구석에 굴러다니거나 가끔은 버려지기도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엄습으로 자리가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어느날 밥을 먹던 이송준 작가는 불현듯 눈앞에 있는 스뎅 국그릇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반짝이면서도 매끄러운 곡선에 시선이 갔다. 이후 그는 여러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수집했고 동물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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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온 동글동글 스뎅 밥그릇이 하나둘씩 모여 결합하면서 야생에 숨 쉬는 다양한 동물로 변신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특히 전시실에 있는 코끼리, 고래, 표범 등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밀렵과 사냥, 기후위기는 이들을 멸종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물론 특정 동물 만의 위기가 아니다. 야생동물이 이 땅에서 사라지면 생태계에 속해있는 우리 인간 역시 무사할 리 없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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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한쪽에는 슬픔, 기쁨, 놀람, 그 어떤 감정과 표정도 알 수 없는 사람 형상이 차분하게 앉아 있다.

재생 나무조각 수백개가 모여 만들어진 이 작품은 무심한 인간상, 더 나아가 마치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진 인간을 표현한 듯하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시영 작가는 각각의 조각난 나무를 조립했다. 이는 정확한 수치와 세밀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데, 작가는 나무조각을 열십자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피와 길이의 변동성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조각난 재생목재는 부피감을 갖게 되며 인간 형상으로 거듭났다. 전시실 곳곳에 자리한 작품들은 아주 작은 생태자원, 즉 수많은 재생 나무조각이 모여 인간상을 투영하고 또 서로 닮아가며 자연으로 재생돼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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