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웅습지·소황사구의 멸종위기종들을 어떻게 지키고 있나

  • 조은비 기자
  • 2021.09.09 16:30
(왼쪽부터) 두웅습지, 소황사구 전경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습지라도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쫓겨 벼랑 끝에 내몰린 생물다양성에게 내일이란 없다. 전세계적으로 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람사르습지 지정이 이런 노력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이하 금강청)이 보호노력을 기울이는 충남 태안의 두웅습지와, 보령의 소황사구는 멸종위기종들이 다른 종의 침입 걱정 없이 '마음놓고'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또는 최전선 같은 곳이다. 

 

두웅습지 전경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두웅습지는 풍부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받기까지 고비 또한 적지 않았다. 2009년까지만 해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취약'(VU, Vulnerable)종에 속하는 금개구리가 흔하게 발견되는 곳이었지만, 농약 유입, 경지 정리, 외래종 유입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자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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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강청은 금개구리를 두웅습지에 복원하기 위해 '금개구리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2017년 당진·태안 등에서 포획한 금개구리를 2018년에 30마리, 2019년에 100마리씩 방사했고, 황소개구리와 가물치 등 포식자를 대거 제거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멸종위기 금개구리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그 결과 금개구리는 다시 두웅습지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금강청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조사한 결과 약 3550마리의 금개구리 서식이 확인됐다. 약 10년 만에 두웅습지에서 금개구리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금강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삵을 비롯해 파랑새, 참붕어, 애기물방개 등 두웅습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 '두웅습지 보전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두웅습지를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는 홍보물을 배부하고,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식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정화활동, 생태교란생물 관리 등에 힘쓰고 있다. 

소황사구 전경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소황사구는 약 2.5km 해안에 형성된 해안사구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사이에 형성된 점이지대로서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육지나 바다가 아닌 해안사구에서 서식해야 하는 생물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해안사구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서 보존되고 있는 곳이 적다.

갯메꽃이 피어있는 소황사구 전경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소황사구는 국내 133개 해안사구 중 유일하게 전 구간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곳으로, 환경부에서 2005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더해 멸종위기종 서식지로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해양수산부 해양경관 보호구역에도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소황사구에는 희귀동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다. 표유류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수달, IUCN '취약'(VU, Vulnerable)종에 등재된 고라니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파충류 종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표범장지뱀이 있다. 표범장지뱀은 전국적으로 분포도가 높지 않고 충남에 있는 해안사구에서 주로 발견되는 종이다.

소황사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표범장지뱀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해안가에서 자라나는 갯완두, 망적천문동, 갯방풍, 모래지치 등 각종 식물들도 소황사구 생태계 일부로서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고 있다. 곤충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대모잠자리 서식도 확인됐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 갯완두, 망적천문동, 갯방풍, 모래지치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조류 중에는 검은댕기해오라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노랑부리백로 등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검은머리물떼새도 겨울철에 소황사구를 방문한다. 검은 신사복을 입은 듯한 깃털과 붉은색 부리가 인상적인 텃새다.

검은머리물떼새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흰물떼새도 번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3~6월 소황사구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알을 밟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소황사구에서 발견된 흰물떼새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금강청은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소황사구를 보존하기 위해 '소황사구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기본계획'을 세워 활동하고 있다.

보존활동의 일환으로 사구 지형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기후의 기초자료 축적 및 환경변화 원인 파악 등을 위해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했으며 육지화를 가속화하는 아까시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해안사구에 해수를 주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동기상관측장비, 해수주입시설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지난 4월 28일에는 충남, 보령시, 삼성그룹 계열사 등과 함께 '제12차 소황사구 연안 생태·경관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은 소황사구에 관리시설을 설치하고, 환경정화활동, 생태계교란생물 제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소황사구는 서해안 사구 중 유일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며 "훼손되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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