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필요 없다' 햇빛 모아 철 녹이는 태양 용광로

  • 임병선 기자
  • 2021.09.04 00:00
프랑스 오데요에 있는 세계 최대 태양 용광로 (사진 H. Zell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프랑스에는 햇빛을 이용해 철을 녹이는 용광로가 있다.

프랑스 오데요(Odeillo)에 위치한 연구소 벽면에는 건물 크기 오목한 반사판이 붙어 있다. 이 장치가 철을 녹이는 세계 최대 태양 용광로다.

태양 용광로 원리는 오목거울을 이용해 빛을 한 곳에 모아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건물 맞은편 각도 조절이 가능한 반사판 '헬리오스탯' 63개가 거울판 9600개로 구성된 건물 오목 반사판을 향해 햇빛을 반사시킨다. 오목거울은 그 빛을 받아 앞에 있는 직경 40cm 원형 지점으로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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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 조절이 가능한 헬리오스탯 (사진 Rabatakeu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빛이 모인 부분 온도는 몇 초만에 3500℃까지 상승했다. 햇빛을 오래 쬘수록 온도는 높아진다. 여기서 에너지 1Mw(메가와트, 1초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 단위)가 생성된다. 철 녹는점은 1538℃라 태양 용광로는 철을 금방 녹인다.

오데요 태양 용광로는 엄청난 고온에 특정 물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용도로 쓰인다. 특히 항공, 우주 업계에서 방열 성능을 시험할 때 사용된다. 태양 용광로는 막대한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도 고온을 낼 수 있다. 장점은 연료비가 무료이며 공해·배기가스·폐기물 등도 일절 없다.

프랑스 국영 에너지회사는 1980년대 태양 용광로를 전기발전소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태양 용광로를 약 550℃로 유지해 소금을 액체로 녹이면, 용융염이 열을 간직한 채 관을 타고 이동해 물을 끓인다. 물이 끓어 발생한 증기는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성한다.

(사진 eni)/뉴스펭귄

태양 용광로를 이용한 전기발전소는 한계도 분명하다. 용융염이 정상적으로 열을 전달하려면 270℃ 이상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햇빛이 없는 밤이나, 흐린 날에는 고온 유지가 어렵다.

지난해 이탈리아 석유기업 에니(eni)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고안했다. 방법은 거울 재질을 PET와 은으로 만들어 반사율이 높은 특수 필름을 도입하고, 용융염 대신 100℃~150℃ 사이에서 열을 잘 전달하는 액체로 교체하고, 액체 수송관을 세라믹과 금속 재질로 바꿔 단열 효율을 개선했다.

에니는 이 기술이 전 세계 탈탄소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자국인 이탈리아 시칠리(Sicily)섬 젤라(Gela)에 위치한 공장에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에니가 제작한 태양 용광로용 집광기 (사진 eni)/뉴스펭귄

태양 용광로는 태양 에너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과학자 펠릭스 트롬베(Félix Trombe)가 발명했으며, 프랑스 몽루이(Mont-Louis)에 세계 첫 태양 용광로가 있다. 그는 햇빛을 모으는 장치를 활용해 물 부족 국가에 필요한 바닷물 증류기,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태양열 건조기와 냉장고 등을 설계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태양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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