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저녁을 기억하나, 갑오징어는 평생 한다
어제 먹은 저녁을 기억하나, 갑오징어는 평생 한다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08.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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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r Alex Schnell, University of Cambridge)/뉴스펭귄
(사진 Dr Alex Schnell, University of Cambridge)/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갑오징어가 먹이, 장소, 상황을 평생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는 증거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알렉산드라 슈넬 등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갑오징어 기억력을 측정한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영국왕립학회보B에 게재했다. 

연구진 실험 결과 갑오징어는 자신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이런 기능이 노화에도 약해지지 않았다. 특히 연구진은 갑오징어의 학습력과 기억력은 죽기 2~3일 전이 돼서야 감소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갑오징어 기억력 유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실험과 추가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 추정 가능한 원인 2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갑오징어 뇌구조가 인간을 비롯한 여타 동물과 다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갑오징어가 배우자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폰지밥에 등장하는 오징어 캐릭터 '징징이' ​(사진 SpongeBob SquarePants Official 유튜브 채널 캡처)/뉴스펭귄
스폰지밥에 등장하는 오징어 캐릭터 '징징이' ​(사진 SpongeBob SquarePants Official 유튜브 채널 캡처)/뉴스펭귄

인간의 기억은 주변 상황과 맥락, 특정 부분을 조합해 머리에 담는 '일화적 기억'으로 작동한다. 사람은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을 떠올리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일화적 기억은 세부적 오류를 만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의 일부분이 사라지고 변한다. 이 오류는 기억 형성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고 나이가 들며 퇴화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징어의 경우 다른 척추동물과 다르게 해마가 없어 여타 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기억 형성 과정을 거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배우자를 만들지 않는 습성이 지목됐다. 암컷과 수컷 갑오징어는 짝짓기만 해 후손을 남기고, 각자 삶을 산다. 그러니 갑오징어가 더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는 한번 짝짓기 했던 개체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짝짓기 상대를 기억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갑오징어가 삶의 모든 궤적을 기억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각각 유년기 10~12개월, 노년기 22~24개월 산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먹이를 줄 때 흰색 깃발로 표시한 곳에서 선호도가 낮은 왕새우를 1시간마다 1번씩 제공했다. 반대로 선호도가 높은 홍다리얼룩새우는 검은 깃발로 표시한 곳에 3시간 마다 1번씩 줬다. 먹이를 얻는 조건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실험 결과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갑오징어가 각 깃발에서 어떤 먹이가 나오는지 기억하고, 이를 활용해 최선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억이 2년 남짓한 갑오징어 평생 동안 감퇴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해양생물연구소 소속 과학자 로저 핸론(Roger Hanlon)은 "갑오징어를 수십 년 간 현장, 실험실에서 광범위하게 연구했지만 이런 정교한 행동은 우리에게도 놀랍다"며 "(생물의) 뇌와 행동 간 관계에는 아직 발견할 것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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