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박사 "이런 정신 상태로 기후위기 막기 힘들다"

  • 임병선 기자
  • 2021.08.12 16:46
(사진 Pexels)/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녹색연합은 12일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초대해 기후위기에 따른 인류의 미래를 가늠한 IPCC 6차 보고서를 해설하는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기후과학의 역사는 길다. 1862년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근거가 나왔다. 그러나 주류 과학자들이 기후위기가 인간의 영향임을 명백하다고 밝힌 것은 9일 공개된 IPCC 6차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처음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IPCC 6차 보고서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기후위기 관측과 기후위기에 따른 인류 미래 전망이 담겼다. 국제사회가 제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감한 경우에 기후위기 임계점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천호 박사는 국내 과학자 시선에서 이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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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박사는 기온상승과 그 원인에 대해서 "이번 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지구 기온은 섭씨 1.1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며 "만약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만 놓고 보면 1.5도 상승했겠지만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황산염에 의해 0.4도 경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은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지만,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 황산염도 발생시킨다. 그럼에도 이산화탄소는 지구대기에 오래 머무는 반면 황산염은 최대 5일만 머물기 때문에 석탄발전은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를 심화한다.

석탄 발전소 (사진 Pexels)/뉴스펭귄

많은 사람이 지구 평균기온 1.1도가 오른 것이 큰 문제인지 의문을 가진다. 당장 한국의 여름과 겨울만 해도 최대 50도 차이를 오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조 박사는 평균기온이 1.1도 상승했다는 것은 단순한 연교차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균 기온이 늘면 폭염 횟수와 강도가 크게 증가한다"며 "우리(인류)가 생존이 어려운 폭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녹색연합 유튜브 생중계 방송화면 캡쳐)/뉴스펭귄

그가 인용한 IPCC 자료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심각할수록 폭염 일수와 강도가 크게 증가하고 지역에 따라 홍수와 가뭄도 강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조 박사는 "가뭄이 대부분 건조지역에서 나타난다고 해서 국내 상황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우리가 생존을 위해 수입하는 식량 대부분이 미국, 호주 등 건조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뭄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크게 뛰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건조지역 가뭄추이를 주의깊게 봐야 하는 나라"라며 "반도체를 팔아서 식량을 사면 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임계점으로 꼽히는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는 보도가 국내에서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조 박사는 전세계가 2050년까지 최대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SSP1~1.9 시나리오는 1.5도까지 상승하는 것을 막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2030년대 중반에 지구 평균기온이 1.5도까지 증가했다 다시 하강하는 '오버슈팅'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곧바로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이산화탄소는 곧바로 날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바다를 데우는 30년~40년 정도 기간을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5도 상승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기한이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에는 "100%에 가까운 확률로 막기 위해서는 이미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50% 확률로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이산화탄소 누적치 한계는 5Gt만 남았으며, 66% 확률로 막기 위해서는 65Gt밖에 남지 않았다. 100% 막을 확률은 많이 낮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후위기를 절대 돌이킬 수 없고 인류가 극심한 기후위기 피해를 입는 지점, 일명 '티핑 포인트'가 곧 찾아온다며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소용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박사는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티핑 포인트가 100년 안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후로도 온실가스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로 나선 이다예 녹색연합 활동가는 불확실성이 과학에서 답답한 부분인 것 같다고 질문했다. 조 박사는 이에 대해 "기후과학에서는 불확실성이 1.5도 상승이 괜찮다는 결론이 나온 과거부터 현재는 1.5도도 위험한 것으로 바뀌는 것처럼 불확실성이 점점 사라지는 형태로 나타난다며 불확실성을 무시하지 않고 긴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많은 환경단체가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중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 박사는 이에 대해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매년 15%씩 줄여야 한다는 건데, 국내 IMF로 경제가 붕괴됐을 때 온실가스 15%가 줄었다"며 국내 산업, 에너지 체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제조업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영국과 같은 금융소득 위주 국가보다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유럽, 미국 등 화석연료 시대에 지배권을 가졌던 서구권이 지극히 실리적인 입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정책 결정자, 정치권 등이 지금 이 체계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하는데 이런 정신 상태로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세상에, 전환하는 시대에 따라가기 굉장히 힘들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또 IPCC 보고서는 확실한 과학적 사실만 바탕으로 도출한다는 말을 전했다. 조 박사는 현재 해빙에 금이 가는 등 기후위기 심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로서 과학적으로 신뢰 가능할 정도의 계산이 불가해 예측 요인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요소가 빠졌음에도 2050년 탄소중립이 필수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와 조 박사는 생중계를 마치며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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