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멸종위기종 연구 영국 생태학자가 전한 곰과 호랑이 이야기

  • 임병선 기자
  • 2021.08.14 00:05
(사진 Joshua Powell 박사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최근 해외매체에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분석한 기사가 게재됐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출신 생태학자가 한국의 멸종위기종에 가진 생각이 궁금했다. 뉴스펭귄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방문연구원 조슈아 파월(Joshua Powell)을 만났다.

Q. 어떤 계기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A. 영국 왕립생물학회(ZSL)과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동북아시아에 서식하는 대형 포유류 보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 중이다. 현재는 서울대 수의학과 방문연구생이다. 한반도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야생동물 개체수 보전에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서울대학교 방문연구원 조슈아 파월 박사 (사진 Joshua Powell 박사 제공)/뉴스펭귄

Q. 반달가슴곰 복원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A. 한국에는 개체수 보전에 중요한 많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한 보전 성공 사례가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그램이야말로 성공사례로 완벽하다.

Q.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인가?

A. 보전 생태학자로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곰 개체수를 복원하려는 야망 그 자체다.

(사진 Joshua Powell 박사 제공)/뉴스펭귄

Q. 영국, 유럽 사례와 비교하자면 어떤가?

A. 한국의 크기와 인구수, GDP는 영국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곰이 스스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개체수만큼만 복원하려는 (국립공원공단) 노력은 인구밀도가 높은 유럽 국가의 복원 사례와 흡사하다. 독일의 늑대, 스위스 스라소니 복원 사례처럼 대형 포유류를 적은 수 단위로 재도입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영국에도 갈색곰이 살았지만 2000년 전에 멸종했고, 이들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으로 자리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매우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영국은 비버를 복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A. 그렇다. 영국에서는 최근 들어 비버를 복원시키는 데 많은 성공을 거뒀다. 비버는 나무를 깎아내고, 댐을 만들고, 호수를 만들어 다른 종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동물이다. 비버는 이처럼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소나무담비와 같은 다른 작은 포유류를 복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Q. 한국에도 소형 포유류 복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A. 한국에는 매우 다양한 범위의 소형, 중형 포유류가 서식한다. 그 예로 오소리, 족제비, 수달, 노란목도리담비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이들의 서식지나 분포도, 종 상태에 대한 좋은 과학적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산양이나 붉은여우 복원이 진행되는 것처럼 소형, 중형 포유류에 대한 복원 필요성은 인정받았지만 한국에 사는 다른 여러 종에 대한 보전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야생동물 보전에 관해 한국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에 답해줄 더 많은 생태학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Q. 국내에서는 호랑이에 대한 시민 관심이 매우 높다. 호랑이 복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질문과 같이, 반달곰, 호랑이, 표범 등과 같은 대형 포유류는 인간에 의해 사라졌다. 호랑이의 경우 많은 국가에서 재도입하려는 방안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WWF와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호랑이를 카자흐스탄에 재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뜬 호랑이 '두만'. 생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보호됐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뉴스펭귄

Q. 하지만 호랑이 복원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A. 충분한 서식지나 먹이사슬 조성 등 호랑이 재도입이 가능한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큰 육식동물이 한반도에 재도입되는 것에는 시민의 강한 부정과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복원시키려는 인식 개선과 관련 정부 기관이 매우 적은 점이 부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행된 한국범보전기금(KTLCF)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호랑이와 표범 복원 이후 생명, 재산, 반려동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범보전기금이 제안한 방안은 인구밀도가 훨씬 적은 북한에 먼저 호랑이와 표범을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있는 포유류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가 별로 없고, 북한에서 호랑이 복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현재 단계에서 호랑이 복원이 가능할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Q. 이외에 멸종위기종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멸종위기종을 생각하면 별다른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한국과 이웃 나라에도 많은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의 행동은 그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Q. 예를 들자면?

A. 사향노루는 ZSL EDGE 목록에 등재돼 있을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 있는 밀렵꾼이 사향노루를 사냥한 뒤 한국 구매자와 불법 거래하는 증거가 나왔다. 우리는 이 사람들이 사향노루를 아마 화장품이나 전통의약품에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예를 통해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한국과 다른 나라 멸종위기종에 영향을 주는지 그려볼 수 있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